백수 로그
타국에서 자취생활을 하던 시절. 난생처음으로 스스로 밥을 해 먹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요리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어머니께서 해주는 밥 잘 먹고 다녔고, 외식은 친구들과 싸고 양 많은 것들을 주로 먹었다. 한국 식당 하나 없는 곳에서 자취를 시작하니, 이런저런 식재료를 사 와서 아무거나 해봤다. 불고기를 생각했는데 장조림이 나오기도 했고, 기가 막힌 닭고기 볶음밥을 해 먹었다. 아쉽게도 그 기가 막힌 그 볶음밥이 다시는 나오지 않았지만.
요리를 어디서 배워본 적도 없고, 어머니께 따로 여쭤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나는 모든 요리에 갖은 야채를 쏟아부었고, 늘 참기름을 두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중국 참기름은 아무래도 맛이 나질 않아서 그 귀했던 한국산 참기름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내가 왜 이렇게 참기름을 많이 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른 한국인들도 참기름 향이 솔솔 나는 게 내 요리의 특징이라고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우리 어머니 때문(또는 덕분)이었다. 우리 엄마는 마늘, 파 등의 야채를 넉넉히 넣으셨고, 남들보다 참기름을 조금은 더 넣는 스타일이었다. 조림, 찌개 할 것 없이 베이스 양념이 가득했고, 일부 요리에는 참기름 향이 났다. 나는 단 한 번도 요리에 대해 묻지 않았지만, 당시 25년여간 먹어온 경험이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요즘엔 청양고추와 고춧가루를 아낌없이 쓴다. 우리 집에 매운 걸 좋아하는 분이 계셔서 그렇다. '여기서 끝!'나는 타이밍엔 청양고추 하나를 더 넣고, 그걸로 알싸한 매운맛이 나면 그녀는 더욱 좋아한다. 물론 더 넣어도 될 것을 알지만, 내가 도저히 못 먹겠는 수준일까 봐 자제하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그냥 된장찌개에 청국장을 조금 넣어 끓이기도 하고,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를 더 이상 넣지 않고 있다.
나는 대단한 맛 탐구를 하지는 않는다. 그저 집밥이 필요할 타이밍에 맞춘 생존형 요리만 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서 MSG를 아끼지 않는 등, 기왕 먹는 거 맛있게라도 먹자는 주의. 따라서 백종원 식의 간편한 요리법을 선호하고, 나만의 요리법 따위는 없다. 하지만 나의 요리에는 소중한 두 여인의 취향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