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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nded Nov 05. 2023

킬러스 오브 플라워 문 스포

스콜세지의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을 보고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하고 로드리고 프리에토가 촬영했으며 잭 피스크가 미술감독으로 참여했고 텔마 슌메이커가 편집한,로버트 드니로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이 영화는 걸작이다. 앞에서 열거한 이름들의 위엄은 어쩌면 이 놀라운 완성도의 경지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에서 온다.



오세이지 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원죄를 탐구해왔던 스콜세지의 몇몇 작품들과 연결되기도 한다. 그런 측면서 이 영화는 미국을 해부하는 영화로 읽힐 수도 있고 그 추악함을 고발하는 영화로 볼 수도 있다.

 나에게 이 영화는 해부나 고발보다 우선시되는 면모가 보이는 작품이다. 그 면모는 바로 사무적이면서도 객관적인 태도이다. 무심함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이런 태도는 영화의 연출적 핵심으로 보여진다. 이 작품에서 죽음을 묘사할 때 대체적으로 편집없이 마스터숏으로 한 호흡에 보여준다. 아이리시맨과도 유사점을 가지는 이 연출은 누군가의 특정적인 시점이라기보다는 객관적인 정보를 위한 것처럼 느껴진다. 종종 영화는 설정숏으로 사용한 롱숏을 인서트숏으로 사용하거나 반복하는 데 이 역시도 비슷한 맥락이다. 자주 사용되는 부감 역시 마치 영화에 몰입한다기 보다는 관찰하는 것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플라워 킬링 문의 대화장면들은 여러 특징들을 가지는 데 첫번째 특징은 os샷이다. 영화는 대화 장면서 거의 오버 더 숄더 숏을 사용한다. 이 역시 거리감을 강조하는 요소이다. 나에게 흥미로운 두번째 특징은 인물들의 각도이다. 사선에 가까운 45도 각도에 가깝게 카메라를 바라보는 구도로 인물들을 배치했다. 왜 이런 구도를 택했을까 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오갈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영화들이 측사선을 이용해 인물들을 잡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할 지점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건 인물들 특히 어니스트와 헤일의 독특한 위치를 시사하기도 한다. 내부자이면서 오세이지 족을 위협하는 외부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이 구도는 두 인물과 다른 캐릭터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어울리기도 한다. 어니스트의 애매하며 중심을 못 잡는 작중 묘사와 겹치기도 하는 연출이다. 이런상황서 두 캐릭터가 확실하게 정면을 바로 마주하면서 하는 대화는 셋이다. 어니스트가 체포되어 블래키와 대면하는 장면, 헤일과 감옥에서 대화하는 장면, 어니스트와 몰리의 마지막 대화장면이다. 매우 일반화이면서 근거가 없는, 직감에 의존한 추측이지만 이 세 장면은 도저히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 것인지 자각없이 자아를 의탁한 채 살아가던 인물이 어렴풋이나마 자신이 한 일을 마주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헤일과의 대화, 몰리와의 대화는 강조할 지점이 많다. 헤일과의 대화는 감옥의 창살을 두고한다는 배경이 인상적인데 그들이 갖혀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들은 그들의 죄와 욕망에 구속되어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그들의 갈라짐을 시각화하기도 한다. 더 감명깊은 것은 어니스트가 헤일을 만나러가기 위해서 감옥복도를 걷는 수평트래킹숏이다. 이 장면은 얼핏보면 불필요해보이지만 실상은 시간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어니스트라는 인물의 결단을 강조한다는 측면서 동시에 속박되어 있는 인물을 시각화했다는 효과면에서 동시에 감정적인 장면을 객관적인 형식에 담아 거리감을 유지하는 연출능력적인 면에서 경이로운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몰리와의 마지막 대화장면은 두 인물이 의자를 서로를 마주할 수 있게하는 동작, 그리고 어니스트의 대답 후 어니스트만을 담은 클로즈업에 몰리가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가 겹치는 것만으로도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서로를 대면했고 어니스트는 여전히 어리석고 자기기만적이며 몰리는 문을 닫았다. 몰리와의 대화장면들 중 인상깊은 장면들은 여럿 있는데 비오는 날 몰리의 집에서 하는 인물들의 동선도 그 예다. 서로사선으로 보다가 몰리가 자리를 옮겨서 같은 방향을 조용히 앉아서 보는 그 숏의 프레이밍과 감정, 그리고 후에 몰리의 집을 비추는 설정숏으로 그 감정을 봉인하는 편집은 그 여운의 깊이서 대단하다. 론의 죽음 후 몰리와 만나는 어니스트를 둘 다 프레임 양 끝에 두고 광각렌즈로 촬영해 그들 사이에 생긴 균열을 보여주는 방식까지 영화는 우아하다.



영화의 각본은 이 모든 이야기가 라디오쇼였다는 액자구조를 밝힌다. 이 무심했던 연출태도와 내래이션이 납득이가는 설정이기도 하다. 동시에 자크 리베트가 제시했던 문제에 대한 스콜세지의 답이기도 하다. 오세이지 족 사건을 가십이나 드라마로 소비하는 관객들을 대상화시키면서 드라마로서의 카타르시스를 제거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장면들이 있다. 먼저 몰리의 어머니 릴리의 사망장면이다. 선조들의 환영과 함께 침대를 일어나는 릴리를 마스터숏으로 한 쇼트에 담은 장면을 일종의 제의고 스콜세지가 그들에게 바치는 의식이다.


 그리고 애나의 사망을 확인하는 몰리의 시점쇼트다. 스콜세지의 장기인 리버스 트래킹숏으로 담겨지는 이 장면은 그 이전의 객관적이였던 살해묘사와 배치된다는 면과 몰리의 감정을 전달한다는 면에서 영화매체에 통달한 거장의 능력과 장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런데 이와 매우 유사한 장면이 리타의 집이 폭발한 후의 어니스트의 시점 숏이다. 이 장면에 담긴혼란과 몰리를 비추는 비스듬한 부감, 릴리 그래드스톤의 연기까지 탁월하다.



어니스트는 몰리와의 마지막 대화 때 대답, 그리고 증언할 때 정면 클로즈업, 전경에 방해물이 없는 클로즈업을 부여받는다. 그 순간만은 관객에게 판단을 내리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당신은 이 남자를 어떻게 볼 것인가?


영화는 오세이지족 제의를 비추는 부감/줌아웃으로 끝난다. 이것은 오세이지 족을 잊지 말라는 당부이며 동시에 자본주의의 그림자와 욕망의 어리석음이 씨줄과 날줄로 교차되며 빚은태피스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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