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썰미가 좋은 분들은 이미 눈치를 챘을 수도 있다. 난 얼마 전부터 챗GPT를 본격적으로(유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챗GPT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주면서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면 뚝딱 그려주는데, 그 짧은 시간에 그림이 그려지는 걸 보니깐 재미있고 신기했다. 전에 썼던 글도 챗GPT는 어떻게 그릴까 궁금함을 참지 못해서 계속 그림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 결과로 여러 그림들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사실 챗GPT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 사실 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세상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며 떠들썩 댈 때도, 내 업무는 사람이 해야 하는 업무라고 믿고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공무원이라면 세상 돌아가는 일도 잘 알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 당시에 최신 기술에 관심 많은 동기는 벌써부터 업무에 챗GPT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회의에 참석해서 회의 내용을 전부 녹음하고, 그걸 네이버 클로버를 통해 텍스트로 변환한 후 챗GPT에 입력하면서 요약해 달라고 하면, 금방 답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나도 한때 위원회를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 위원들이 하는 발언들을 필기하고, 회의가 끝난 후엔 주요 발언들을 뽑아 요약하느라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산하기관의 직원은 회의 전체를 녹음하여 듣고 타이핑한 후 회의록을 작성하고 나에게 보내줬는데, 그 작업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제는 달라졌다. 여러 사람이 오랜 시간을 소비해야 할 수 있었던 일을 챗GPT만 쓸 줄 알면 한 사람이 1시간도 안 걸려서 훨씬 나은 품질의 결과를 낼 수 있다니, 그제야 챗GPT를 다시 보게 되었다. 아쉬웠던 건, 챗GPT가 유명해지면서 활용하는 공무원들이 많아졌고, 결국 자료의 보안이 문제 되었다. 결국 공무원들에게 챗GPT 사용에 주의해라는 지시까지 내려오면서, 주변에 챗GPT를 사용하는 사람이 확 줄어들었다.
한 번은 바드(쉽게 말해 구글의 챗GPT)로 판례를 검색해서 내가 찾고 있던 판례를 정확하게 찾은 적이 있었다. 아무리 내가 찾으려 해도 못 찾았던 걸 1분도 걸리지 않아 찾는 걸 보고선 다시금 AI의 대단함을 느꼈다. 그래도 혹시 몰라 그 판례의 진위를 확인하려고 대한민국 법원 사이트에서 판결서 사본을 요청했는데, 법원에서는 그런 판례는 없다는 답변을 했다.
알고 보니 바드가 거짓으로 판례를 꾸며낸 것이었다. 나름 법 관련해서 전문성이 있다고 자신하는 나마저도 판례가 진짜였다며 속을 정도라니, AI의 대단함을 넘어서서 이젠 AI가 무서울 정도였다.
다시 돌아와서, 챗GPT로 내가 쓴 글의 그림을 그릴 때 보면 AI가 천재 같기도, 바보 같기도 하다. 글의 핵심을 정확히 집어내서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경이롭다. 그렇지만 자기가 그린 그림을 이해하는 것 같진 않아 답답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그림에 일부를 내가 원하는 대로 고쳐달라고 하면 그 부분만 콕 집어 수정하기보단, 내가 말한 걸 참고로 처음부터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수정이 많아질수록 점점 그림이 산으로 가기 시작하고, 결국 제일 처음 그린 그림을 선택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챗GPT를 잘 활용하려면, 챗GPT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 내려면, 무엇보다 챗GPT와 대화하는 스킬이 늘어야겠더라. 챗GPT보고 이 글을 읽고 그림을 그려라고 한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