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쓰기는 나에게 그저 운명이나 소명처럼 다가왔다
책을 쓰고 나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느냐?' 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실은 그저 '운명' 또는 '소명' 같은 것이라 느끼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와 학원이 문을 닫고 아이들이 집에 있게 되었는데,
부모들은 내 자식인데 어찌해야할지 몰라 쩔쩔맸다.
제도와 규칙의 컨트롤에서 벗어난 아이들은 생활리듬이 무너지고 공부 습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모습들이 둘째를 임신하고 있던 나에게 너무나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부모가 자식의 교육에 대한 주도권과 중심을 잡고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에 대한 것이 떠오르지가 않았다.
무작정 신문부터 구독했다. 포스트 코로나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사 / 교육에 대한 기사로 파일을 나누어 스크랩을 했다. 주말에는 남편에게 첫째를 맡기고 서점으로가 관련 책들을 읽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자료들이 쌓이고 책이 60권 정도가 넘어가다보니 슬슬 '앞으로 어떤 교육을, 어떻게 교육을 하여야 할까?'에 대한 방향성이 보이고 답이 보였다. 그 답과 거의 일치하는 교육법이 칼비테 교육법이었다. 우리나라에 아직 칼 비테 교육법에 관한 책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이 알기 쉽고, 실천 가능하도록 내가 써봐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써본적도 없고, 곧 태어날 둘째와 당시 25개월이었던 첫째의 독박육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장장 1년 동안 진행 될(그 땐 1년이나 걸릴 줄 몰랐다) 이 무모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만삭, 무언가 시작하기 좋은 때다
책쓰기를 검색해보니 주말에 열리는 1일 특강이 있었다. 첫째가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아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주말뿐이었다.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특강을 신청했다.
그 때가 이미 임신 9개월이고 둘째다 보니 배가 정말 ...정말 많이 컸다.
역시나 참가한 사람 중 임산부는 나 하나. 쉬는 시간 없이 내리 5시간 정도 진행되는 강의에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현기증이 나고 숨이 가빠왔다. 다리는 계속 쥐가 나고 붓기 시작했다. 배가 당기고 아프니 진땀이 나서 뒤에 서서 강의를 듣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며 끝까지 들었다.
집에 와서 대략적인 목차를 잡았다.
목차를 잡고 보니 추가적으로 자료수집과 책읽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어야 할 책 목록>을 목차별로 잡아보니 54권 정도가 나왔다. 이 책들을 다 읽어야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책을 읽으려는데...
둘째가 나와버렸다.
둘째는 예정일보다 보름이나 일찍 나왔고, '3주 동안 열심히 책을 읽어야지.'했던 내 계획이 무색하게
서점에 발도 한번 디뎌보지 못하고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서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 때 여야만 했다.
곧 출산에, 두 아이를 혼자 케어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시기상 참 좋지 않아보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반드시 그 때 여야만 했다.
왜 그 때 여야만 했는지 앞으로 남은 9회 동안 점차 알게 될 것이다.
어쨋든,
만삭, 무언가 시작하기 참 좋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