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자녀교육 바이블, 칼 비테 교육법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 욕심대로 잘 따라오지 않는 자식이 있고, 부모 기대를 넘어서서 영특함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처음에는 잘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라 믿지만 막상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마음과는 달리 조바심이 생길 때도 있고 욕심이 날 때도 있다. 심지어는 내 모습을 자식에게 투영하기도 하고, 자신의 결핍을 아이를 통해 채워보려 하기도 한다. 칼 비테는 아이를 키우며 ‘과하지 않게. 모자라지도 않게’라는 말을 늘 마음속에 지녔다. 이 말은 부모 노릇을 잘 하게 해주는 균형추 같은 역할을 제법 톡톡히 한다.
칼 비테는 어느 날, 산수 공부를 하던 칼에게 "잘한다! 멋진 아들!" 하고 칭찬하며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런데 칼의 머리가 너무 뜨뜻하여 화들짝 놀랐다. 순간 ‘머리에 김이 나도록 공부 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맙소사! 칼 비테는 아들 머리에 김이 난다고 생각해 적당한 이유를 둘러대며 공부를 중단시켰다. 다음 날 셈을 시작하기 직전에 칼의 머리에 손을 얹어보았다. 머리는 차고 건조했다. 10분 정도 지나 다시 손을 대보니 조금 따뜻해졌다. 15분이 지나자 본격적으로 머리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칼 비테는 깨달음을 얻었다. 칼이 조금 더 자라 몸도 마음도 더욱 강건해지기 전까지는 셈 공부를 시키지 않기로 했다.
칭찬도 과하면 독이 되고 부족하면 결핍을 낳는다. 칼 비테는 아들이 눈부신 성과를 이룰 때마다 무척이나 기특하고 기뻤다. 하지만 과하게 칭찬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왜냐하면 과도한 칭찬은 자칫하면 되레 아이들을 부모의 입맛대로, 부모의 욕심대로 조련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칭찬이 박하면 아이가 어릴 때는 제대로 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타인의 시선과 인정에 집착하게 되거나 반대로 무기력해질 수 있다. 칭찬은 부모가 아이 교육에 있어 가장 주의해야 할 기술 중 하나이다.
돈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칼 비테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여행을 자주 다녔다. 형편이 어려울 때는 가까운 곳 위주로 다니거나, 먼 곳을 여행할 때는 친척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가까운 곳도 여행자의 마음으로 보면 재미있고 즐길만한 것이 꽤 많다. 필요하다면 사교육도 시켰다. 외국어나 악기 같은 것은 부모가 가르치기에는 한계가 있어 개인 선생님을 고용했다. 어떤 부모들은 장난감에 많은 돈을 쓰기도 하는데 칼에게 장난감은 거의 사주지 않았다. 아이 교육으로 사치를 부리는 것도 좋지 않지만 지나치게 아끼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건아니다.
인위적이거나 부자연스러운 것은 반드시 불협화음이 난다
칼 비테는 칼이 흥미를 보이는 것, 관심을 갖는 것들을 위주로 가르쳤다. 칼이 산책을 하다가 새에 대해 물어보면 설명해주고 열매에 관심을 보이면 아는 만큼 이야기 해주었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잘 기억해두었다가 자료나 책을 찾아본 뒤 반드시 정확하게 다시 알려주었다. 유아기 때 아이들은 마치 놀이를 하는 것처럼 ‘배운다’는 의식을 하지 않아야 더 잘 배운다. 칼 비테는 칼을 교육을 할 때 기본 원칙이 있다. 첫째, 칼이 배우고 싶어 해야 한다. 둘째, 칼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가르친다. 셋째, 칼이 제일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가르친다는 것이다.
칼 비테는 아들을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교육했다. 오로지 아이가 타고난 능력과 정신을 찾아내어 보존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격려했다. 학문적인 지식을 가르칠 때도 무리하게 높은 수준으로 가르치지 않았다. 다른 아이, 다른 사람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사실상 신경 쓸 바가 아니다. 내 아이 안에 있는 잠재력을 발견하고 발현되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다. 위대한 인물들도 처음부터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다. 재능을 알아봐주고 이끌어주는 부모나 어른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인간은 가장 자연스러울 때 진짜 모습이 나타난다. 어릴 때는 아이를 사회에서 정한 틀이나 기준에 가두지 말고 마음껏 놀도록 두어야 한다. 방치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아이다운 모습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내 아이의 성향이 드러나고, 내재된 재능과 욕구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의 잠재력을 적기에 발견하고 키워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시기마다 발달 과업이 있다.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것이고, 너무 느리게 가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은 것이다. 칼 비테가 적기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그 이유다. 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보다 딱 반발자국 앞서라”라고 조언한다.
무엇이든 과하지 않게, 너무 부족하지도 않게, 아이를 키우는 일에 있어서는 이 균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