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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희 Jul 04. 2024

그녀의 밥

09) 응원이 필요한 날에는 대추생강차


09. 응원이 필요한 날에는 대추생강차 



-다시 지영의 이야기-


자야 할 시간이 되었지만 잠들고 싶지 않은 밤이 있다 

아니 이대로 잠을 청해서는 안될 것 같은 밤이다. 

하루를 돌아보고 무엇인가 반성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대로 잠들면 내일이 불안할 것 같은 기분 말이다.

그렇다고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일기를 쓴다던지, 책을 읽는 다던지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것도 부담이 된다.      


얼마 전에 카페에서 지숙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녀는 말했다 

          

"어쩌면 지영 씨 감정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아서 그럴지도 몰라 

들여다보면 괴롭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아니까,

일기를 쓴다던지 책을 본다던지 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야 

그래서 잠들기 불안하지만, 아무거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하는 걸지도 몰라"


나는 지숙에게 답했다      

"저는 제가 너무 어려워요, 그냥 편히 자던지 아니면 불안을 잠재울 

무엇인가를 하던지 하면 될 텐데

 벗어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줄타기 같은 생활을 매일 반복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요"


"인간이 원래 그렇지 않아? 좋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고

 싶지 않은 이중적인 마음 말이야  정확히 말하면 피하고 싶은 거겠지

 너무 피곤할 거수도 있어 어쨌든 결국에 

 곪아 터지지 전에 불안한 밤이 찾아오면 잘 들여다봐 내 마음이 왜 그런지 

의외로 들여다보면 해결 점이 보일 수도 있어 "

    

지숙이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쩐지 불편한 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기에는 피곤하고

나의 감정 따위는 수면아래에 묻어 두고 싶은 마음,

매일을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불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할 수밖에 없는 날이 찾아오는 것 같다  

    

지숙과의 대화를 생각해 보며 펜을 들었다 조금은 용기가 생겼다 

나는 일기 인지 뭔지 모를 몇 마디를 적고 나서 잠이 들 수 있었다      

내가 끄적거린 글 끝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괜찮아 오늘 부끄러웠던 모습이 있었다면 용서해 줄게 

일부런 그런 것은 아니란 걸 알아

하지만 내일은 조금은 달라지자 

조금이라도 달라지자 내가 응원해 줄게"


나 자신에게 응원이라니 조금 부끄러웠지만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응원은 본래 다른 사사람을 위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내가 또 쓰러질 걸 알지만 이겨냈으면 하는 마음,

실패해도 토닥거려 줄 것 같은 마음 

나 자신이 애쓰고 노력한 것을 알아주는 마음 

그런 마음을 나에게는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유치한 자기 안위 같기도 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런 응원은 필요한 것 같았다 

글쓰기를 마치고 나니 조금은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지숙이 준 대추생강차가 생각이 나서 한잔 마셨더니 

몸이 뜨근해지면서  노곤해졌다 

어쩐지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영 씨 잠 안 올 때 마셔~ 요즘 환절기잖아 이거 내 특효 대추차생강차야

대추만 들어간 게 아니고 게피, 생강, 곶감 넣고 푹 끓인 거야 

이거 마시면 몸도 뜨끈해지고 오던 감기도 놀라서 달아날걸~!"

라고 말하며 웃었던 지숙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뜨끈한 거 좋아하는 언니네 하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는걸..."

어쩌면 내 마음도 내 몸도 이렇게 따뜻한 응원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른다.                                                   





                                                                          @art_hey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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