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휴가 갈 땐 코비는 옆집으로 휴가 간다.
매년 1월이 되면 여름휴가를 떠난다. 12월의 모임행사가 다 끝이 나고 아이들 개학 전 조용할 무렵에 맞춰 여행을 떠난다. 곧 2살이 되어가는 코비는 짐을 싸고 있는 가족들을 보고 분주히 따라다닌다. 또 자기를 두고 갈까 봐 불안한 마음으로 계속 바쁘게 따라다니고 있다. 생각보다 짐 싸는 시간이 길어져서 지쳤는지 잠이 와서 옆에서 졸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짐 싸는 가방 안에 들어가서 자는 게 아닌가?
자기도 데리고 가던가 아니면 가지 못하게 방해를 하는 것이다.
지난번 한 달간의 한국여행 후유증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모양이다.
짐을 싸는 내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어서 미안한 마음에 몇 번을 안아주고 중간에 산책도 다시 시켜줬다.
평소에는 저녁때 주는 간식까지 낮시간에 줬더니 눈치채고 먹질 않았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는 옆집 식구들이 코비를 돌봐주신다. 코비도 옆집아주머니를 좋아하지만 옆집 아주머니 역시 엄청 코비를 좋아하신다. 오늘따라 옆집을 보내는 것이 어찌나 마음이 걸리는지 한참을 안고 있다가 약속시간보다 5분 늦게 옆집 문을 두드렸다.
여전히 코비를 보자마자 아주 반겨주시는 아주머니, 약간 오버액션이 심한 편이시라 스페인어로 한참을 코비에게 말씀을 하신다. 좀 전까지만 해도 정말 슬픈 표정으로 눈물까지 흘리던 코비의 모습을 찾을 수 없고 꼬리를 어찌나 흔드는지 살짝고 배신감까지 들었다.
불과 5분 전까지만 해도 불쌍한 코비를 두고 '여행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궁둥이를 흔들고 옆집으로 들어가는 코비를 보니 한편으론 마음이 편했다.
심각하게 눈물 흘리면서 가는 것보다 낫지 않겠는가.
그 얘기를 들은 딸 에밀리가
" 엄마! 우리도 휴가 가지만, 코비도 휴가 가는 거야! 어쩜 옆집 가는 거 더 좋아할지 몰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긴 하지만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은 여행 갈 때 어떻게 하시는 걸까?
한국 갔을 때 놀랐던 것이 반려견을 데리고 백화점, 쇼핑센터, 음식점까지 함께 오는 모습에 놀랐다.
이곳 호주에서는 허락된 곳이 아니면 반려견을 데리고 갈 수 없기 때문에 항상 함께할수없다. 그래서 식구중 한명이 반려견을 데리고 밖에서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
물론 여행지도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곳도 있긴 하지만 우리가 가는 숙소는 주로 애완동물이 허락되지 않는 곳이었다.
여행지에서도 옆집아주머니는 문자로 코비의 사진을 여러 장 보내주셨다. 사진상으로는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덜했지만, 여행 중 산책하기 좋은 곳을 보면 늘 코비생각이 났다.
언젠가 코비와 함께 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