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LODY Feb 18. 2023

전.복.라.면

올여름 마지막 해녀모드


여름이 되면 전복을 잡을 수 있는 라이선스를 구입해서 전복을 잡을 수 있다. 주로 시즌이 되면 남편이 혼자서 전복을 잡아오고 나는 맛있게 먹기만 했었다. 라이선스는 돈을 지불하고 하나당 6cm 이상의 15마리의 전복을 잡을 수 있는 카드를 발급받는다. 작년 말에 부모님이 오셔서 조금 더 맛보시라고 나도 라이선스를 구매했다. 고로 우리 집은 남편 것과 내것으로 30마리의 전복을 잡을 수 있었다. 


라이선스 구매 후 나도  여러 차례 전복을 잡으러 4번의 토요일 아침 한 시간이 걸리는 바닷가로 향했다. 오늘은 올여름의 마지막으로 전복을 잡을 수 있는 날이었다.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에 한 시간 동안 잡을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민 초기에 숟가락으로 앉아서 전복을 따다가 시간이 흐른 뒤 전복을 따러 가서 파도에 휩쓸린 사건 그 후론 전복을 따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에 가질 않았다. 이번 여름에도 부모님이 오시지 않으셨다면 전복 라이선스를 사지 않았을 것인데 자연산 전복을 좀더 많이 맛보게 해 드리기 위해서 새로 도전을 했다. 다행히 올여름은 파도가 심하지 않고 위험하지 않은 곳에서 전복을 딸 수가 있었다. 먹는 것도 맛있었지만 잡는 횟수가 거듭되면서 조금씩 재미있어졌다. 처음엔 일찍 일어나 따러가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따는 순간  간 그 기분을 생각하면 빨리 가고싶기도 했다. 오늘의 최고 기온이 36도라는 것을 보니 따뜻한 날씨라 바람이 덜 불기를 바라며 찾아간 곳은 예상외로 파도가 좀 심하게 치고 있었다. 


해녀모드로 일단 스노클 장비로 머리를 물에 담그며 전복을 찾았다. 평소 때라면 잘 보이던 전복이 파도가 한번 지나가고 나면 물안이 회오리를 치면서 모래가 파도와 뒤덥벅이 되어서 물속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많이 불다 보니 파도는 거세지고 나는 예상 못하고 있던 파도를 몇 차례 맞고 온몸이 사방으로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파도에 한번 당하고 나니 눈은 따갑고 귀에는 물이 들어가 멍멍한 상태가 되었다. 게다가 물속에서 겨우 찾은 전복을 따는 순간 파도가 그 전복마져 가져갔다.


마지막날의 전복 따기는 여느 때와 달리 매우 험난했다. 물안에서 파도에 쓸려가지 않으려고 힘을 썼더니 온몸이 금방 피곤해 졌다. 물안에서 아주 크다고 생각한 전복도 따서 꺼내보면 기준치에 미달하는 사이즈라 살려줘야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파도 때문에 힘겹게 전복을 잡고 있었다. 이렇게  올해의 여름철 나의 해녀모드는 이제 끝이 났다. 


그냥 먹기만 할 땐 몰랐던 것을 물안에서 힘겹게 잡아보니 세상엔 댓가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물안에서는 무진장 커 보였던 전복은 물 위로 들어 올리는 순간 초라하게 작았다.  힘겹게 전복을 잡고 다시 돌려보내야 하는 것을 몇차례 반복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물안에서 새끼손가락을 갖다 되면 대략 사이즈를 알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고 일단 보이면 따기부터 했을까? 다시 올 여름에는 급하게 하지 말고 물안에서 사이즈를 확인해 보고 따야겠다. 



전복을 다 잡고 집으로 오는 길엔 한 달 전 한국에 가신 부모님 생각이 난다. 

함께 오셔서 전복 잡고 나온 우리에게 타오신 레몬차를 주시던 것도 생각이 나고, 

다 드신 후 '전복이 참 맛있더라' 하신 말씀도 귓가에 맴돌았다. 


그때는 모자랐던 전복을 오늘은 전복회로도 먹고 라면에도 넣어 먹었다. 

음식은 모자란 듯 여러 사람이 함께 먹어야 더 맛이 나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이 시간 엄마생각이 많이 난다. 아마도 전복 시즌만 되면 엄마 생각이 날 듯하다. 

내일 일어나면 전화부터 드려야지.


라면은 역시.

전복라면이 최고!!!

작가의 이전글 독서모임에 함께한 코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