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의 프롤로그(?) : 다음의 계획을 풀어보자면
아니 뭐, 그래봤자 일 방문자 수 10도 못 채우는 비루한 브런치라, 보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없으니 계획을 말한다는 것이 참 꼴사납게 보일 수도 있겠다. 만은, 그래도 나는 사람은 일단 계획을 막연하게나마 세우고 나면 입 밖으로 말을 꺼내놔야 그다음의 진행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풀어놓는다. 여기서 입 밖으로 말을 꺼낸다는 건, 내 생각을 꽁꽁 싸매어 숙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래도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를 표출해 놔야 어떻게든 그다음 단계로 진행이 된다는 걸 말한다. 내가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서든, 다른 사람에게 말해버린 게 있어 신경 쓰여서든 간에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나아가기에 수월해질 수 있으니까.
얼마 전에 이러구러 해서 보잘것없는 브런치북을 하나 완성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브런치 작가되기는 금방 통과했고 글을 쓰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중간에 생업이 바빠 글을 쉽사리 진행하지 못한 때도 있었지만 ‘작가의 서랍’에는 미완성의 글을 차곡차곡 쌓아두고는 있었다. 서툴고 어디 내보내기에 부끄러운 글들을 일단은 써낼 수 있던 것은 쓰고 싶었던 주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쉽게 썼다고는 생각했는데 그 주제는 참 한계가 많은 주제라 브런치북을 완성하고 나니 더 이상 거기에 대해 이어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브런치북 하나 발행해보고 싶어서 브런치 작가에 도전한 것은 맞는데, 이다음을 이어나가지 못하자니 뭔가 이 공간이 매우 아깝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한숨 돌리고 생각해 보니 내 옆에 뛰어놀다 잠든 아들이 보였다.
내 브런치는 기왕에 쓴 글도 그렇지만 ‘엄마’로서의 나를 써 내려가는 곳이다.
어린 아들을 보고 있자니 엄마가 된 내 모습과 어렴풋이 겹치는 어린 시절의 내가 있었다.
아들과 나는 40여 년의 나이 차이가 나는데 (정확히는 40년이 쪼금 부족한 정도랄까) 아들을 키우면서 아들과, 아들의 시대와 더불어 어린 시절의 나와 8,90년대의 시대를 겹쳐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들의 시대, 곧 지금 2020년대를 부러워하고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의 시절이 그립고 좋았던 면들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리고 우리 엄마, 우리 아빠의 젊은 날들도 잠겨 있던 기억에서 마구 떠올랐다.
그래서 이번에 내가 쓸 글들은,
2020년대를 살아가는 어린 아들과, 8,90년대에 자랐던 어린 시절의 나를 기록하고 추억하는 것들이다.
너무 평범하고 뻔하지만, 그래도 나만 알고 있는 나의 기억들과 아들을 써볼까 한다.
이번에는 연재 브런치북이다.
오, 벌써 자신이 없어진다. 글 쓰는 것보다 연재일을 정해놓고 쓴다는 건 진짜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벌써 연재 브런치북의 제목도 정해놨다.
프롤로그도 써놨다.
잘할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지만, 자신이 없는 나를 나 혼자서만이라도 응원해 봐야지. 아들과 어린 나의 이야기라니. 참 재미없고 뻔하고 어디선가 이미 다 본 것 같겠지만, 그래도 그렇지만은 않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