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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북동비둘기 Apr 04. 2018

영상 제작자와 기업은 왜 만날 수 없을까?

화성에서 온 제작자, 금성에서 온 담당자

영상 제작자를 원하는 기업

기업을 원하는 영상 제작자

왜 이 둘은 만날 수 없을까?


주변에 보면 영상 제작할 줄 아는 사람들은 참 많다. 그리고 영상 제작자를 원하는 기업도 그만큼 많다.  

하지만 제작자들은 늘 구직 중이거나 프리랜서 생활로 바쁘고, 기업은 늘 구인 중이거나 외주로 때운다.

서로가 서로에게 불만이 많은데, 사실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묘하게 바라보는 지점에서 차이가 난다.



쉬운 예로 비교하자면, 제작자는 Vimeo를 원하고, 기업은 Facebook을 원한다.


Vimeo는 영상 만드는 사람들의 레퍼런스 창고 같은 플랫폼이다.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들의 영상들, 각종 영감을 뿜뿜 주는 영상이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제작자는 영상의 아름다움에, 퀄리티에 더욱 열을 올리게 된다.


https://vimeo.com/117251955


크, 영상 만들면 저런 걸 해야지! 크리에이티브 쩐다! 영상미 뿜뿜!


반면 담당자가 주로 보는 채널인 Facebook은 오히려 지협적이다. 전 세계와 연결된다고 해도 내가 볼 수 있는 건, 내 페이스북 피드 정도뿐인데, 그 피드도 지인들의 소식으로 가득하다. 피드에서 지인들이 칭찬하는 지금 핫한 '광고' 영상, '마케팅' 영상에 열을 올리게 된다.


https://www.facebook.com/emartcompany/videos/1470730383002540/


요새 잘 나가는 데가 어딘데,
저기가 저걸로 얼마나 팔렸다며?
수치를 냈다며? 우리도 해볼까?

이렇게 다른 플랫폼을 바라보는 둘이 만났다. 서로에게 불만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제작자 입장 :
'아니 자꾸 짜치는 영상 들고 와서 마케팅 영상이라고, 레퍼런스라고 만들라고 하는데 영상을 알기나 하는 걸까?'

마케터 혹은 대표 또는 디자이너 등 기업 내 다른 팀원 입장 :
'아니 얘는 자꾸 예술을 하려고 하고 있네? 그냥 이런 영상처럼 팍팍 좀 만들지! 이런 게 팔리는 건데?!'


바라보는 지점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구직을 하고, 구인을 해도 서로가 만날 일이 없다. 만나도 금방 헤어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서로가 서로에게 바라는 바를 명확히 전달하고, 같은 지점을 바라볼 수 있게 기준을 통일해야 한다.




제작자는 마케터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특히 비메오의 좋아 보이는 영상들은 대부분 브랜딩에 가깝다. 멋진 영상이지만, 그런 영상을 만드는, 만들 수 있는 기업은 굳이 따지자면 대기업 혹은 그에 준하는 중견기업 급이다. 따라서 대기업 크리에이티브 대행사가 아니라면, 스타트업 혹은 당장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 기업에 들어갈 경우 자신이 보고 있는 영상만이 최고고, 다른 비전공자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자 취급해선 안 된다. 콘텐츠마다 목적은 분명하게 다르다. 특히 퍼포먼스용 콘텐츠와 브랜딩용 콘텐츠는 명확히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 퍼포먼스용 콘텐츠에선 바이럴만이 답은 아니다. 콘텐츠에 찍히는 숫자보다 퍼널 끝에 전환되는 수치가 더 중요하다. 1%를 넘길 수 있을 것이냐? 숫자를 볼 줄 알아야 하고, 마케팅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에 마케터 혹은 대표 외의 담당자는 자기가 본 레퍼런스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잘 팔리는 곳의 크리에이티브는 그들이 그들의 '제품'에 맞게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그걸 그대로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에 가져와서 적용한들 잘 될 리가 없다. 우리 제품은 글로서 소통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는데,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그냥 따라서 영상만 찍어낸다고 팔리는 게 아니다. 포맷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내용을 담을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요새 잘 나가는 곳들이 소통하고 세일즈 하는 방식으로의 레퍼런스를 제작자에게 전해주되,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맞는 콘텐츠로 어떻게 발전시킬지 다시 처음부터 같이 기획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사랑을 해서 연애를 해도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수없이 싸운다. 수많은 이해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대화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하물며 회사에서 만나 같이 일을 하는 사이는 사랑도 없는데, 어떻게 서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더 시간을 들이고 노력해서 바라보는 지점을 동일하게 맞출 필요가 있는 것이다.



흔히 잘 나간다고 하는 팀들은 대게 이 '시선의 공유'가 잘 되어 있다.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안다.


콘텐츠의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것인지, 잘 기획된 제품이 필요한 것인지, 어떤 단계에선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명확하게 역할이 잘 나눠져 있다. 그리고 그건 시선의 공유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서로 이해해보자.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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