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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통로봇 May 18. 2024

내가 바라는 게 하나일까?

나와도 소통이 필요하다.




1.


산길을 걷다 보면 정성스레 쌓여있는 돌탑들이나 큰 나무나 돌 아래 쌓여있는 돌무더기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계곡이나 절의 탑 주변에서도 흔히 보이는 저런 돌들에는 사람들의 소망이 하나씩은 박혀있다.


누구나 가장 간절한 하나의 마음을 담은 돌덩이 하나를 올렸을 것이다. 세상에서 끼고 살던 번잡한 욕망들 중에서 제일 근원적인 간절함을 담은 돌덩이를.


부모님의 건강을, 자식들의 취업을, 사업의 번창을, 수술받은 친구의 회복을, 그리고 누구는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평화와 안전을 기원하기도 했을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소망들이 모인 간절함은 경건하다. 그 단순함으로 간절하고 경건하다. 그래서 지나는 사람들도 함부로 무너뜨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2.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용가치에 따라 소비하지 않고 기호 가치에 따라 소비를 한다고, 실재가 아닌 이미지를 소비한다고, 결국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이라고 생각하는 소비가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미디어에 의해 남들에게서 강제된 욕망을 소비하고, 타인에 의해 생각될 기호적 가치를 생각하는 소비를 자신의 욕망이라고 조금도 의심치 않고 믿으며 살아가니 결국 자신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3.

떠나는 길에 네가 내게 말했지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
아냐,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밤양갱
                                        - ‘밤양갱’중에서    


요즘 어디서나 듣게 되었던 이 노래를 여러 번 듣다 보니, 혹시 이 욕망은 다른 사람들이 이런 시선으로 보아주었으면 하는 페르소나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문구가 히트를 치는, 부의 축적이 모든 것을 압살 하며 가장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지도 오래되었고, 치부(致富)를 위해 자신의 치부(恥部)를 드러내는 것을 하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을 인사 청문회 등에서 수도 없이 접하는 사회에서 살아가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꾸안꾸의 자기 이미지를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도 보편적 욕망처럼 보인다.


속이야 어떻든 간에 욕망이 겉으로 드러나 이악스럽거나 천박하게 느껴지고 싶지는 않은 마음, 자신의 욕망 위에 가면 하나를 씌우고 조금 쿨하고 담백한 사람의 이미지로 소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밤양갱 하나면 족하다는 신화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  

   


     

4.

소통이라는 단어를 구글 검색을 했더니 ‘자물쇠 경상방언’이라는 의미가 제일 먼저 뜬다. 번역 및 다른 의미를 한번 더 클릭해서야 원래 찾고 싶었던 의미가 나온다.

소통이 쉽지 않다는 것을 황당하게 이해하는 순간이다. 무려 자물쇠라니~


소통은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는 것’이라고 의미 설명이 나온다.

타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잘 이어지는 상태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밤양갱이라는 노래 가사에서 내가 바라는 게 너무나 많다고 생각하는 너와 늘 바란 건 하나라고 생각하는 나와의 간극은 이별을 만들고 슬픔을 만든다.


허상을 세워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묻고 자기 마음대로 판단을 해서 결정을 하다 보면 진짜 존재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게만 될 뿐이니, 소통이 되지 않는 관계가 만들어지고 유지된다는 건 슬픈 일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러한데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도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참 슬픈 일이다.


꽤 오랜 기간을 물적 욕구가 별로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날들이 있다. 그러나 옷장을 열어만 봐도 네 계절이 지날 때 한 번도 손대지 않은 옷들이 지천이다. 그리고도 얼마 전에 옷을 또 샀었지.


생각해 본다. 그동안 ‘상다리가 부러지고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져 버’리는 상황을 즐기면서도 소박한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자부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닌가 하고.           




5.

마침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숭고한 사랑을 다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

서로를 봐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슴 뭉클하게 다시 느끼다가 “사랑을 한다는 것은 사랑받을 나를 만드는 일이 아닌가 한다”라는 말이 마음에 훅 와닿는다.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찾는 일, 소중한 나를 알고 사랑받을  나를 만드는 것. 나에게서 기인한 욕망.   

  

길 가 작은 돌들 위에 무심하고 소박하게 올려 둘 나의 마음을 찾기 위해 흥얼거려 본다.

     

“내가 늘 바란 건 하나야

한 개뿐이야, 달디단, 밤양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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