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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깡통로봇 May 23. 2024

그래요, 이거 보러 온 거라고요~

가슴 벅찬 안나푸르나 일출




온통 싸매고 침낭 안에 뜨거운 물통과 핫팩으로 무장을 해서인지 춥지 않게 편히 잘 잤다.

새벽에 잠이 깨서 밖엘 잠깐 나갔다 들어오니, 몸이 금방 차갑게 식는다. 이를 닦고 물티슈로 대충 세수를 하고 나니, 이젠 춥다.


어차피 다시 잠이 오지는 않을 것 같아 주섬주섬 패딩을 걸쳐 입고 헤드랜턴을 챙겨 일출 뷰 포인트로 먼저 올라간다.      


설산 봉우리들도 아직 깨지 않은 하늘에는 새벽달이 조금씩 푸르게 변해가는 하늘을 지키며 설산 아래로 내려갈 준비를 한다.  


고요하다.

하얀 장벽이 우뚝 솟아 시선을 모두 빼앗아버려 머릿속마저 고요하다.

잠시 마음을 행복 가득한 시간에 맡겨 두고 있자니, 해는 아직 오르지 않았는데도 푸른 하늘과 설산 봉우리의 경계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날씨가 맑다. 구름 없이 쾌청한 하늘이 한없이 기대감을 부풀리고, 드디어 햇빛을 받은 봉우리들이 빛나기 시작하고 노랗게 빛나는 봉우리 위에는 바람에 날린 눈들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사람들의 환호, 박수와 함께 일출의 장관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래요, 이거 보고 싶은 거였다고요. 안나푸르나 여신님, 이 은혜에 깊이 감사드려요.’      


영상에서 숱하게 접했던 장면이지만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장관은 비교할 수 없는 행복감으로 가슴을 가득 채운다. 이 멋진 광경을 보기 위해 며칠을 열심히 걸어온 나의 노고에도 감사를 표한다. '수고했어.'  


   


넋을 뺏기고 쳐다보고 있으니 시바가 다가와 사진을 찍어 준다. 기념사진을 남기고 영상을 찍고, 등반 중 목숨을 잃은 산악대원들을 기리는 메모리얼에서 추도를 하고, 이젠 하얀 설산의 윤곽을 다 드러낸 봉우리들을 보며 서성이다가 연신 뒤를 돌아보며 롯지로 내려오다가 전망대를 내려오는 눈길에서 엉덩방아를 는다. 정신을 빼앗기니 시선도 빼앗긴 모양인데, 그것조차 기분이 좋다.     

어제와 달리 산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안내판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아이젠을 신고 눈길을 내려온다.      


MBC를 향해 내려가는 길은 눈앞에 마차푸차레를 놓고 가게 되는데, 산을 배경으로 올라오는 트레커들의 모습은 큰 산을 소개하는 멋진 영상의 한 장면 같다. 내가 그런 풍경 속에서 걷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게 느껴진다.     


오늘의 이 장면들이 머릿속에 오래 남아 한동안 나에게 기쁨을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는다.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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