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랑라희 May 16. 2024

제주 마을과 올레길을 닮다

<제주현대미술관>

- 건축가 김석윤, 제주시 한경면, 2007

2009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 수상작     



제주현대미술관은 입구에 이르는 길을 통해 일상의 나를 버리고 예술의 세계에 들어설 마음의 준비를 돕는다. 언덕배기에 크고 작은 제주 돌하르방이 총총히 박힌 산책로를 걷고 걸어 건물이 보인다. 야트막하지만 꽤 길다란 경사로를 걸어 올라가야 입구에 이른다. 제주현대미술관의 건물은 땅에서 붕 떠있는 듯한, 2층으로 보이는 1층이다. 지붕 위의 설치미술은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입구에 이르는 시간동안 산책길은 곧 사색의 길이 된다. 건축물 외벽은 얇고 긴 루버(louver, 차양 종류)로 감쌌다. 얼핏 나무로 보이지만 실은 현무암을 얇고 길게 다듬었다.


제주는 어디서고 땅을 파면 구멍이 송송 뚫린 암석이 나온다. 제주 땅의 근간이기도 한 현무암을 외벽에 전면적으로 활용함으로써 건축가는 제주 건축의 맥락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또한 제주의 돌 현무암을 해석한 방식에서도 무겁고 육중한 바위의 느낌이 아니라, 얇고 예리하게 가벼워보이게 가공함으로써 신선함을 주었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제주 마을의 특성을 닮았다. 제주의 마을은 작은 것들이 모여 하나로 완성된다. 각각의 작은 것들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곳 건축물의 덩어리(매스)는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에 이르기까지 각 각의 덩어리는 떨어져 있으면서도 오르내리는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전체적으로 연결된다. 제주현대미술관은 건축가 김석윤이 설계했다. 그는 자신의 건축적 특징을 ‘작은 건축’이라 말한다. 오밀조밀 군집을 이룬 제주 마을과 같이 그의 건축도 작은 것들이 모여 어우러지면서 마침내 힘을 갖는다.


건축가 김석윤은 ‘건축은 풍토에 바쳐지는 것’이라는 신념을 지녔다. 풍토가 곧 지역의 기후와 토지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라 하면 그만큼 제주의 풍토를 잘 아는 건축가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1974년 ‘김건축 건축사 사무소’를 연 이래 50년간 줄곧 제주의 땅에서 건축을 해왔다. 제주시 탐라도서관, 한라도서관도 그의 건축 작품이다. 제주 건축의 역사를 써온 이라 해도 무방하다.


건축가 김석윤은 제주현대미술관 초대 관장이 건축적 설계 의도를 존중해주었다는 데에 감사함을 표한다. 한편 50년간 건축계에 몸담은 원로급 건축가로서 제도적 한계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한국은 해외 건축계와 달리 설계자와 감리자를 분리시키는 건축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설계자가 시공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기에, 자칫 설계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빗나갈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그가 표현한 아쉬움은 앞으로 한국 건축계와 행정이 풀어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는 건축가로서 오랜 시간 건축을 해왔음에도 후대에 쉽게 조언하지 않는다. 다만 후배 건축가들이 자유롭게 창의적인 작업을 하기를, 자신의 신념을 믿고 개성을 담은 건축을 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비춘다.    


       


제주 제주시 한경면 저지14길 35

화~일 09:00 - 18:00, 매주 월요일 휴무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064-710-7801

https://www.jeju.go.kr/jejumuseum/index.htm     





매거진의 이전글 물방울에 담긴 진심을 담아낸 공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