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집은 가족 보다 오랜 내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어떤 집은 또 다른 가족을 품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이전에 살던 사람들이 남겨 놓은 자잘한 생채기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짐작할 수 있는 흔적들. 입주 전 리모델링이 일상화되면서 이전에 살던 사람의 자국을 지우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이 작품 속 주인공 가족은 오래된 단독주택 2층으로 이사한 후 끊임없이 1층에 숨어사는 가족을 의식하게 된다.
가족과의 관계 맺음과 이해의 과정이 이 작품의 주된 서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해체된 가족의 상처가 치유되는 성장담의 모습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고등학생인 주인공과 어린 동생 ‘준’이 겪게 되는 다양한 사건은 가족이 가진 상처의 치유와 인식의 성장을 이끌어내며 부정하고 벗어나려던 현실을 포용하는 담담한 마음을 갖게 만들어 준다.
집은 가족이 살아가는 공간이며 동시에 가족을 드러내는 공간이다. 안락한 공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불안의 공간이기도 하다. 가족을 묶어주는 공간이면서 해체의 결과가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나아가 극복의 자세를 기르는 공간이면서 좌절의 결과물이 되기도 한다. 작품의 주인공 가족은 경제적 몰락으로 인해 이사를 하게 되지만 오히려 이 곳에서 이 전에 살던 가족을 만나면서 현실을 바라보고 서로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가족들끼리만 공유하는 비밀을 가족은 더욱더 단단하게 묶어 준다. 나아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산 아래 집은 특성상 전원적 삶이 가능한 곳인데 숲과 밭과 연계된 삶은 노동의 가치를 새삼 일깨워주며 성실한 삶의 자세를 드러낸다. 가족주의는 때로 사회 전체에 위해가 되기도 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들은 어느 순간에도 빛나며 가치 있다. 이 작품은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스며드는 법을 가볍게 손에 쥐어준다.
-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