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인문학 강의를 한번쯤 들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화가의 얘기를 한다고 하니 대뜸 신청했다. 강의는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이창용 도스트분이 너무 강의를 재밌게 해주시기도 했고, 화가와 작품들에 대한 '야사' 비슷한 설명들이 단순히 지식을 위한 배움보다 훨씬 흥미로왔다.
여러가지 작품 설명을 해 줬지만 그중에 가장 유명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작품에 대해 말할까한다.
먼저 '밤의 카페 테라스'!
이 그림의 배경이 되는 카페는 지금도 프랑스에 가면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탈세로 걸려서 10월 중순까지 영업정지상태라고 하는데 - 난 왜 이런 얘기가 더 재밌지? ^^)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가 워낙 유명해서 카페 벽면을 그림속 벽면과 같은 색으로 페이트칠을 했다고 하는데 실제 가보진 않았지만 어떤 식으로 되어 있을지 가히 상상이 간다.(벽면을 그냥 파란색으로 두는 것이 나았을텐데~카페 주인이 미적 감각이 있어 멋지게 칠하지도 않았을 테고 이 그림을 보면 카페의 그 벽면이 자동으로 생각나지 않을까?) 무엇보다 구글에서 음식 평점이 '1'이니 건물만 보고 음식은 다른 곳에서 먹으라는 얘기가 너무 웃겼다.
'밤의 테라스'를 이야기하면서 고흐가 이 그림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과 감성'으로 찾아보라고 했다. '이과 감성'?? 그건 그냥 보는 대로 말하면 된다는 건데...왜 나는 이런 것도 어렵지? 결국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를 했고 강사님의 설명을 듣고 나니 '아~ 맞네!' 깨닫게 되었다.(바부~)
테라스의 벽면은 원래 파란색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흐가 해질녘 저 곳에 갔을 때 벽에 있는 조명이 막 켜지기 시작했고 조명의 노란색이 벽면을 물들이는 게 고흐에게 영감을 줬다고한다. 자세히 보면 저 그림의 제일 밑은 녹색(파랑+노랑), 중간은 노랑색, 위로 갈수록 원래 벽면의 색인 파란색으로 되어 있다. 그림에서 '그라디에이션(gradation)'을 표현한 첫 그림이라고 한다. '밤의 카페 테라스'는 조카들이 어릴 때 1000피스 조각맞추기를 했던 경험이 있어 나에게 더 기분좋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
나는 처음에 '별이 빛나는 밤에' 속의 둥근 별 그림이 별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거라고 생각했다.(일부 맞을 지도) 하지만 이 그림은 작가의 정신 세계가 혼란스러움을 나타내는 것이었다.(고흐는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강사님을 설명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전시관에 가면 사람들이 이 그림 앞에서 '예쁘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 그림은 절대 예쁠 수 없는 그림이다. 그림 왼쪽 가장 크게 자리한 것이 사이프러스다. 화가가 뭔가를 저렇게 크게 그렸다는 것은 작가에게 큰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사이프러스의 꽃말은 죽음이다. 고흐는 이 그림을 그리면서 벌써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작가의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나는 이 작품에서 고흐의 고뇌와 절망이 느껴진다."
강사님의 이 설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책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나는 한번도 의도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몇 번의 그림 전시회를 갔었지만 한번도 화가가 왜 이런 그림을 그렸는지 궁금하지도 물어보지도 않았었다. 그런 내가 요즘 자꾸 '의도'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니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을 못한건지 생각을 안한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보이는 것만 보면서 살아온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강의 마지막 책을 가지고 온 사람들은 사인해 주신다고 한다. 헉~ 강사님이 책도 집필하신 거야? 내가 이렇다. 강의를 가면 그 강사님의 이력이나 집필 작품 정도는 검색해 보고 가야 되는데...아는 만큼 보이는 건데...또 몸만 털레털레 갔다. 수업만 듣고 '음~좋다, 유익하다, 재밌다' 하면서 그냥 오고 만다.
이 글을 쓰면서 <반 고흐, 영혼의 편지(위즈덤 하우스)>를 다시 읽어보았다. 읽을 당시 그냥 그렇구나 하면서 읽었던 많은 내용이 왜 고흐가 이렇게 생각했는지 왜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른 면으로 돌아보게 되었다.(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구나)
요즘 내 감정을 건드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꽃이 그랬고, 비가 그랬고, 이젠 그림이 그렇고, 인문학 강의가 그렇다. 감정을 건드릴 뿐 아니라 이들 모든 것이 좋아졌다. 이번 강의가 너무 좋아서 앞으로도 인문학 강의(그림이든 음악이든 문학이든) 계속 찾아다닐 것 같다. 물론 어떤 강의는 실망도 하겠지만 그래도 좋아진 것이 늘어난만큼 내 삶도 풍성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