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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 상 Oct 27. 2024

그릇 1 오세영

감상평

그릇 1

오세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節制)와 균형(均衡)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理性)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감상평  _리 상


깨진 그릇의 칼날

그것은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다

화자는 먼저 부정적 시각에서 접근한다


그러나

다섯째 행 부서진 원 즉 깨진 그릇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고 진술한다


여기서 부정은 긍정으로 치환되며

칼날은 단순한 사물에 그치지 않고

나태와 안일한 일상을 거부하는 의식각성, 성숙의 계기를 마련하는 객관적 상관물임을 알 수 있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여기에서 뚜렷한 자기 확신의 진술이 더해진다

맹목적 강요 위협으로부터 벗어나서

오히려  시퍼런  칼날로 안일한 상태를 깨 부수는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작가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

그것이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깨진 그릇은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벗어난 상태를 말하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는 의식을 각성하게 하며 영혼을 성숙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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