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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환 Jun 07. 2024

단순해지기

인생도 큐브처럼 단순했으면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큐브를 발견했다. 약 $20 정도. 어릴 적 큐브를 맞췄던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집에 돌아와 네이버에 ‘큐브 맞추는 방법’을 검색했다. 2013년도의 글, 정확히 내가 봤던 블로그가 여전히 맨 위에 떴다. 아직도 내 머릿속 어딘가에 그 기억이 남아있었다.


큐브 맞추는 방법은 정말 많다. 초보자의 공식도 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다양해질 것이다. 그 안의 동작은 단순하다. 우측면, 윗면, 앞면, 그리고 중간을 돌리는 등의 작은 동작을 면을 맞춰 돌리면 된다. 바닥면부터 1층, 2층, 마지막 3층까지 올라가면 어느샌가 완성된 큐브를 볼 수 있다.


한 3-4일 정도 반복하다 보니 느리지만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교 때 1분 안에도 맞췄었는데 지금은 2분 조금 넘겨야 맞출 수 있다. 지금은 버스에서, 공원에서, 길에서 어디든 손이 심심하면 큐브를 만지작거린다. 공부하기 전 타이머를 켜두고 맞추고 시작하면 왠지 공부가 더 잘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빡빡했던 큐브도 부드러워지고 공식도 점점 익숙해진다. 단순하게 외웠던 것을 이제는 어떤 큐브가 달라지는지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나만의 공식도 작게 작게 찾아가고 있다.


문득 나에게 닥친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영어공부, 개발, 사교활동, 넘어서 나의 인생까지 확장되었다. 큐브처럼 공식이 있어 따라가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런지… 어쩌면 그럴지도? 영어공부에 대해 찾아보면 수많은 강사들이 비슷하고 다양한 방법을 말하고 있다. 인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철학자도 기업가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 하물며 나 같은 일반인들도 나름의 방법을 말하고 있다. 어떤 것에든 공감하는 이가 있고 반대의견을 내는 이가 있다. 누가 정답인지를 떠나 각자의 길을 살펴보고 생각해 보면서 나만의 길을 찾고 조정하는 것. 그것이 내가 내린 정답이다.


혼자서는 힘들다. 일단 시작점은 어디고 대략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그것 정도는 참고해 보자. 따라가다 보면 이런저런 길이 나온다. 한 번씩 다른 방향으로 새다 보면 지름길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돌아가더라도 그 나름의 깨달음이 있을 것이다. 사소하게 ‘이 길은 잘못되었군’이더라도.


최근 나는 뭐 하고 있나 생각하며 머릿속이 복잡했다. 뭐 하러 캐나다까지 왔나, 뭘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내 안으로 잠식되는 기분이 드는 요즘이었다. 스멀스멀 ‘한국 돌아갈까’하는 생각이 커지기도 했다. 늘 생각하며 살아온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단순하게 끌리는 대로 살자. $20의 싸구려 큐브가 내게 인생을 알려준 듯하다. 그 순간 그 장소에 간 나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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