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성연 Sep 13. 2022

내가 창업한 회사가 망했다.

10개월간 노력한 스타트업을 정리하면서.

우선 나의 주변에 있었던 사람이면 내가 얼마나 나의 스타트업에 공을 드렸는지 알 것이다.

새벽 3시에 일을 끝내고 새벽 6시에 출근을 밥 먹듯이 했으며,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억지로 불편한 자세와 공간에서 잠을 청했다. 고등학교를 자퇴했으며, 극내성적인 내가 쉐어하우스도 네트워킹을 위해 입주했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렇게 열심히 몰입했던 스타트업은 창업한 지 10개월 만인 9월 중순. 최종적으로 정리하게 되었다. 나는 이 기간 동안 3번의 크고 작은 피벗팅을 진행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많은 실수들을 했다. 100개의 결정이 있었다면 이중 98개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될 정도다. 300일 중 실제로 매출액이 발생한 날은 단 10%에 불과했다.

결제 전환율이 극히 낮을 때도 있었고, 매출액의 매출원가가 너무 높아 팔면 팔수록 적자인 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내가 판단한 여러 실수 중 가장 큰 것은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지 못한 것이며, 둘째로는 사람도 소모된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1. 내가 틀렸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틀렸음을 인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많은 위대한 창업가들도 네가 틀렸음을 인정하라고 많이들 조언한다. 우리의 BM과 전략은 근본적으로 큰 다른 업체 대비 경쟁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구조였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인력기반 사업으로 매출원가 개선은 힘들어졌다. 무엇보다 '유통업'이라는 한계점을 벗어나기에는 자본과 인력이 매우 부족했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획력이었는데, 우리의 기획은 경쟁업체의 모방하는 수준에 그쳤으므로 잘될 일이 없다.

창업 초창기에 만들었던 상품

또, 내가 틀렸음을 인지하지 못해 MVP와 가설 검증도 없이 제품부터 무작정 만들기 시작했다. (아마 내 눈에 제품이 허름해 보이면, 내가 틀렸다고 생각할까 봐 무의식 중에 생각했던 거 같다.)

우리의 초기 가설은 "고객들에게 맞춤형 사료를 매월 보내주면, 고객들은 만족할 것이다"였다. 이를 위해선 고객 조사와 굳이 프로덕트 없이도 간단한 랜딩페이지만이라도 이용하여 CAC라도 측정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를 모두 무시하고 무작정 제품부터 만들었다. 우리는 가설조차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고, 1천만 원이 넘는 (나로선) 거금을 써야 했다. 물론 이때 제품을 개발해본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긴 했으나, 사업을 성공시킬 반전은 되지 못했다.

이후 동일업종에서 "반려견 영양제 키트"와 "반려견 간식키트"서비스를 선보였는데 모두 잘되지 못했다.

반려견 영양제 키트는 결정적으로 구매전환이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초기에 설문조사를 하고, 설문을 바탕으로 3개의 영양제를 맞춤형으로 3일 치를 큐레이팅 하여 보내주고, 그 이후 메일을 통해 추가 구매를 하라고 요청했다. 우리의 CAC는 최소 1만 원이 넘었다.

그럼에도 3일 치를 받아보고, 실제로 구매한 고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의 반려견 양육자들은 "특정 영양제"를 구매하길 원한다. 이를테관절이나 유산균 같은 것들.

여러 영양제를 급여한다는 것에 경제적, 심적인 부담감이 충분히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사업을 했던 이유는 오프라인에서는 통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동물약국)에서 상담 후 다량으로 여러 영양제를 구매하는 고객을 본 우리는 "온라인에도 설명지와 함께 주면 고객들이 주문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작 종이 설명 주는 것만으로는 오프라인에서의 상담효과를 전혀 낼 수 없었다. (이것도 지금 회고록을 작성하면서 깨달은 것이지, 그 당시는 인지조차 못했다.)


2. 사람도 소모된다.

사람도 소모된다. 이 너무 간단한 말을 나는 깨닫지 못했다. 마치 로봇처럼 일했다. 매일 밤을 새워서 일하고 하루도 제대로 쉰 날이 드물다. 그럼에도 매출은 잘 나오지 않고, 우리 통장에 들어온 돈은 한 푼도 없었다. (10개월 간 무급으로 근무했다.)

그러자 점점 사람이 소모되기 시작했다. 폐업하기 3~4주 전에는 팀원과 나 모두 예민해져 자주 서운해지기 일수였다.

아무리 열정과 패기 넘치는 스타트업 창업가더라도 사람이기에 열정과 패기는 점점 소모된다는 것을 잊어버렸던 거다. 소모될 시점에 반전이 될 수 있도록 이벤트(높은 실적이든, 보너스든 여행이든)도 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하고 계속 달린 것이 큰 화근이 되었다.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아이템이 있었고 현재도 MVP 준비하고 있기에, 창업을 다시 한번 해볼  같다. 현재는 굉장히 린하게 mvp 제작해보고 있는데, 동시에 랜딩페이지를 만들고 있다. 이번 아이템은 B2B SaaS이기에 D2D(오프라인 영업)으로 초기 데스터를 확보할 생각이다.

아마 그당시로 다시 돌아간다하더라도, 그때보다 더 잘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때문에 아쉬움보다는 뿌듯함과 시원함이 더 크다.

무엇보다 기존의 공동창업자와 싸우지 않고 웃으면서 잘 해어진 것만으로도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친구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작은 장사치에서 큰 장사치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