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그녀에겐 너무 큰 모자

아가냥 누리에겐 '소'자 사이즈 모자도 크다

고양이는 우리에게 한 가지 사실을
가르쳐주려고 세상에 있는 것 같다.
완벽하게 몰입하면, 한순간도 영원처럼 살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제프리 무사예프 마소ㅡ

누리가 처음 왔던 1.3kg에서 2.3kg로

폭풍 성장하면서 훌쩍 커버린 습,

그리고 인간과 그들의 삶의 속도 너무도

다름을 느끼며 울컥해질 때가  많은 요즘이다.


SNS를 보면 반려동물들을 예쁘게 꾸며주고

추억사진으로 남기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누리가 더 성장하기 전에 예쁜 옷이나 모자를 착용한 귀여운 아기냥 사진을 남기고 싶어누리의 두상을 눈대중으로 대충 판단하고 모든 것들이 다 있을 것 같은 다*소에서 핑크핑크한 '스몰'사이즈 모자를 과감히 구매했다.


누리의 모자를 이쁘게(?) 씌워보니 누리가 고개를까닥 만해도 흘러내리다 못해 눈을 다 덮어버

이내 불편함을 호소하며 야심 차게 구매한 아가냥의 귀여운 모자는 그녀의 거친 거부의 몸짓과 함께 내버려진다.

커도 너무 큰 그녀의 모자,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아....눈을 덮어버린 모자

상상했던 모습이 이게 아닌데~

감히 다시 씌우는 도전을 해보았으나 커도 너무 큰 그녀의 모자. 세상을 가린 누리의 모자는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상태가 이어진다.

집사가 모지리라 센스 없게 씌운 건가 싶기도.


어떻게 하면 이쁜 샷이 나올지, 그나마 편하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하다 좀 나은(?) 아기냥의 묘생샷을 건졌다. 찮은 건가......?


누리의 아가냥 예쁜(?) 사진들을 기록하면서 새록새록 우리 집 소녀의 아가시절이 지나간다.

우리 집 소녀의 탄생 200일 기념사진을 예쁘게 찍겠다고 야심 차게 스튜디오도 예약하고 갔건만 준비해 간 모자들과 옷은 마치 태풍이 휩쓸고 간 흔적처럼 여기저기 그 작은 꼬꼬맹이가 안 쓰겠다고 집어던져 온 바닥에 버려졌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세상 모든 불만을 다 토로하듯 울어재끼는 바람에 여기저기 뽀통령 영상을 사진사 뒤로 보여주며 한참 진땀 빼고 아기샷을 찍었던 추억들과 함께 어느새 중1 사춘기 소녀가 된 따님의 성장 속도는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인생의 빠름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다.


맞지 않은 것을 쓰고 애썼다. 누리야
나름 다양하고 예쁘게(?) 완성된 묘생샷

온 가족들이 간식과 손짓, 발짓해 가며 누리 묘생을 찍어보겠다고 덤벼든 결과 나름 성당에서 미사 때 면사포를 쓴 것처럼 또는 얌전한 숙녀의 자태로 누리의 모습들을 남길 수 있었다.

모두 애썼고 특히 누리에게 고맙다.

너무나도 작고 어린 아가냥에겐 맞지도 않은 제일작은 사이즈지만 큰 것을 써주고 참아줘서.


이 모든 추억들이 쌓여가는 시간 가운데 누리는 우리들보다 먼저 생을 마치겠지만 하루하루 예쁘게 소중한 시간들을 키워나가려 한다.


#반려동물 #반려묘 #누리 #아기 #모자

#사진 #에세이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