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할 필요가 없는 고민이다.
게임 회사에 지원 혹은 일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분명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
나 자신도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게임 회사를 선택했다. 이제 막 게임 회사를 들어간 사람이거나,
게임회사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문득 그런 고민이 생길 수 있다.
"난 FPS를 좋아하는데 MMORPG 게임을 담당하게 되면 어떡하지?"
"난 서브컬처를 좋아하는데 스포츠 게임을 담당하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은 실제로 내가 했던 고민이었고 3년 차를 바라보면서 깨달은 것은
어떤 게임이든 일이 되면 싫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쓸데없는 고민이라는 것이다.
어떤 게임이든 일이 되는 순간 좋아하기는 어렵다.
게임회사는 덕업일치를 하기 참 좋은 회사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일은 일이고, 게임은 게임이다.
과연 내가 게임 플레이를 좋아하는 만큼 게임 회사를 다니는 것을 즐긴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회사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만 있는 곳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 업무, 야근, 스트레스, 상사의 집합체다.
만약 그 게임만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일하는 것도 좋아할 수 있겠으나, 회사는 그런 환경이 아니다.
매 순간 순간 스트레스를 받는 장소이다. 그런 장소에서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담당하더라도,
그것은 게임이 아닌 일이 되어버리고 스트레스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다. 아직 내가 부족하여 그런 스트레스 받는 환경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 경험으로는
게임 회사는 '회사'이기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것과 회사를 즐기는 것은 아주 별개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게임이든 일로서 다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이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게임이더라도, 자신이 좋아하지 않은 게임을 담당하더라도 두려워하거나 아쉬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나는 MMORPG를 전혀 해본적이 없지만, 그 게임을 담당했다고 해서 내가 일을 전혀 못하게 되는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경험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이 없더라도 그것을 일로서 공부하고, 일로서 매일 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된다. 그것이 일이고 그것이 회사원의 숙명이다. 내가 그 게임에 대한 경험이 없더라도, 이 게임에 내가 무엇이더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 일을 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좋아하는 게임을 담당하지 않은 것이 축복일 수도 있다.
내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게임을 접할 기회다.
덕업일치라는 것은 없다. 게임을 좋아하면 게임 회사가 맞을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을 좋아하면 게임 회사를 다니는 것이 즐거울까? 확신할 수 없다. 게임은 게임이고 회사는 회사다. 아주 별개의 개념이다. 초반에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담당하고 싶을 것이다. 그것이 덕업일치라고 생각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이 '업무화'가 되는 순간 그 게임을 이전처럼 즐기기는 어렵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은 '취미'로서 끝까지 남겨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보통 사람들은 자신들이 즐기는 장르만 주로 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업무로서 내가 이제까지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담당하면 처음에는 물론 낯설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자신의 게임관을 넓히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론
- 어떤 게임을 맡든 상관없다.
- 일로서 열심히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