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일하자
첫 출근은 언제나 설렌다. 판교는 멋진 커리어인들이 살아가는 집합소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거기에 내가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니 감격스럽다. 물론 내가 멋진 커리어인이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적당히 편하게, 적당히 단정하게
게임회사는 옷 편하게 입는 걸로 유명하다. 하지만 너무 첫날부터 청바지 입으면 좀 그런가 싶어 정장느낌이 나는 남색 점프슈트에 블라우스, 그리고 구두도 아닌 운동화도 아닌 단정한 신발을 신었다. 그런 신발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직도 뭔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알몸을 가린다는 느낌으로 대충 입고, 가방도 삼촌이 일하는 산후조리원에서 산모에게 주는 가방 메고 다닌다. 신발은 당연히 운동화). 약간 엄청 정장느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신경을 아예 안 쓴 것도 아닌 룩으로 입고 갔다.
우리 팀에는 나 포함 2명의 인턴이 들어와 첫날 팀원, 그룹장님과 회의실에서 면담을 가졌다. 그룹장님의 첫인상은 정말 한마디로... 너무 멋졌다! 옷도 세련되게 입으셨었고 뭔가 몸에서 풍겨 나오는 아우라가 전문가라는 느낌이 확 와서 계속 '우와...' 이런 느낌으로 바라봤다. 팀원 분들도 다들 카리스마가 넘쳐서 나는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자그마한 햇병아리 같았다.
인턴들에게 그룹장님은 지금 옷 불편해 보이는데 편히 입어도 괜찮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일 할거 없는데 자리에 계속 있는 건 비생산적인 것이니 일이 없으면 빨리 퇴근하라고 말씀하셨다. 이 전 컨설팅 회사에서는 이런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었고, 오히려 윗사람 눈치 보면서 퇴근을 해야 하는 분위기였는데 그룹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게임회사는 역시 달라도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게 일하자. 그런데 즐겁게 어떻게 일하는 거지?
그룹장님이 말씀하셨던 것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즐겁게 일해라'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일을 해야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현재 너무나도 운 좋게 유능하고 멋진 팀원들을 만나 항상 배울 것이 넘쳐나며, 실수 투성이인 나를 따뜻하게 받아들여주고, 성장을 위해 업무 관련 피드백도 지속적으로 주신다. 회사는 나에게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즐겁게 일을 할지 말지는 이제 나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