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하며 아침에 108배하는 29살
#5월10일 수요일 (아르바이트 7주 차/ 108배 38일째)
어제, 그제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은 상쾌해진 오늘이다. 기분은 괜찮지만 어떤 일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자꾸 올라와서 108배를 하며 ‘짓지 않은 복은 받을 수 없습니다.’를 외웠다.
어떤 일로 서운한 마음이 올라왔냐면, 오늘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회식이 있는 날이다. 그런데 회식을 저녁 6시부터 해서 나는 저녁 6-10시까지 마감업무를 하니 퇴근하고 참석을 해야 한다. 내가 퇴근하고도 혹시 자리가 계속된다면 참석하겠다고 했는데, 어제 회식 장소를 공지하며 다시 참석 인원을 조사하는데 서운한 마음이 올라왔다. 모두가 참여할 수 없는 회식 자리. 나는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는 회식 자리. 그리고 소고기를 먹으러 간다고 한다. 나는 소고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고기가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니 더 서운했다. 모두 수고가 많다고, 그 수고에 감사하기 위해 대표님이 한국에서 가장 좋은 날 먹는 소고기를 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실 전부터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일들이 있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일하는데 본인이 매장에서 사용하는 텀블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르바이트생은 이곳에 입사하고 좀 지난 후에 받은 텀블러라고 말하며, 나도 아마 곧 받게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텀블러를 받지 못했는데 얼마 전 입사한 매니저님은 이미 텀블러를 받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일도 속상했는데, 그전에 또 다른 일도 있었다. 입사할 때 필요한 서류들을 출근 첫날 모두 제출했는데 한 매니저님이 실수로 내 서류를 폐기 서류와 함께 파쇄한 것이다. 그래서 서류를 새로 준비해야 했고, 그 때문에 대표님한테 직접 급여를 지급받을 통장 번호를 알려달라는 연락이 왔다. 이런 일들이 쌓여있는 데다가 이번 회식 일까지 생기니 속상함이 서운함으로 변했다.
절을 하며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처음으로 내가 한 것은 ‘내가 지금 서운하구나’하고 인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서운함을 어떤 방면으로 생각하면 좋을지 생각했다. 지금까지 유튜브로 들었던 법륜 스님의 지혜들을 머릿속에 떠올렸고, 이에 나온 해답이 ‘짓지 않은 복은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것이다.
사실 내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받은 복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을 할 수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했고, 매니저님들도 다른 아르바이트생들도 내게 일을 가르쳐주며 큰 소리 한 번, 나쁘지 않은 말 한 번 한 적이 없다. 모를 때마다 물어도 늘 친절히 알려주고, 내가 실수해도 늘 격려해 줬다. 그리고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내 서류를 파쇄한 그 매니저님이 나를 잘 봐준 덕분이다. 그분이 나를 채용하기로 마음먹고, 대표님에게도 다른 매니저님들에게도 좋게 말해줬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에 비해 나는 어떤 복을 지었을까. 아직 짓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고, 내가 지은 복이 한참 모자란 지도 모른다. 그래서 ‘짓지도 않은 복을 받으려고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럼에도 회식에 못 가게 된 아쉬움, 나에게는 왜 텀블러를 주지 않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가끔 올라오긴 하지만 ‘원래 나의 것이 아니었다.’, ‘원래 내게 없던 것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주어진 것에 가진 것에 감사하자.’는 마음을 연습을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