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이면 홀로
이백번 버스를 타고 그에게 갔다
나체로
다만 빈 편지지 하나를 들고서
혀를 깨물어 글을 썼다
혼자 사는 세상에도
계절은 바뀐다고
그는 늘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면 나는
죽다 못해 되살아난
나목(裸木)의 각질들로 불을 지폈다
흐물흐물 타오르는 불에
편린(片鱗)에
그의 문장들을 주섬주섬 꺼내 태웠다
시간은 천연덕스러워
매양 남긴 잿더미를 삼켰다
그것이 이제는 한 줌도 되지 않았다
그 좁은 공간에서
나는 몇 년을 살아왔는가
더듬으면 기침만 오른다
돌아오는 길은
늘 밤이었고
늘 작년보다 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