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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남 Nov 13. 2023

나의 이름은 빛나는 사회복지사

한 직장에 20년을 종사한다는 것은 나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사연도 많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잃은 것도 얻은 것도 많았다. 크고 작은 상처를 보듬어 가며 이제는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실망하고 마음을 추스르기를 수십 번 했다. 


그런 가운데 또 하나의 미션은 업적, 실적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다. 한 팀을 이끌어 가면서 교육과 실적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상황으로 결과를 만들어 가야 하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팀원들에게 성장을 위한 당위성이나 필요성을 운운하면서 함께 좀 더 힘내 보자고 독려해 보았지만 현실은 우리 팀에게 기대 이상의 실적을 용납해 주지 않았다.


어느덧 나이도 들어가고 기업에서 원하는 정도의 실적을 내기 힘들다고 미래를 점쳐 본 결과 ‘그래 이제는 이 직장을 떠나야 할 때인가 보다’라고 생각을 했다.



2021년 6월의 어느 날 문득, 이제는 더 이상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현재 직책이나 급여, 팀원들과의 관계성, 회사라는 울타리에서 연계된 네트워크와 조직으로부터 벗어났을 때의 상실감 등 여러 가지 부정적인 단어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는 행복하지 않다는 것 하나만은 분명하다고 생각하면서 7월부터는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상상해 보았다.


생각이 정리되자 8월에 요양보호사 시험에 응시해야 하겠다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팀원들에게도 내가 사회복지사가 되는 로드맵을 보여 주면서 차후 요양보호사 시험에 응시할 것을 독려하였다.


지금은 그들도 모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리고 나에게 크나큰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 자격증은 먼 훗날 요긴하게 쓰이게 될 자존감이 될 것이다. 내가 이직을 생각했을 때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나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자존감을 높여 주었던 것처럼.


2주간 이력서를 쓰면서 나의 인생 여정을 살펴보았다. 20년,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하나하나 챙겨 온 자격증이 내가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왔는지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그 사이 자녀들도 모두 성장해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충실하게 하고 있으니 나는 이제 더 이상 치열하게 달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지금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 보는 거다. 


그리고 나의 나이를 운운하지 않아도 되는 일, 온전히 나를 인간적으로 대해 주고, 잘하는 것을 인정해 주고, 존엄해 주는 그런 일을, 그런 직장을 다녀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사회복지사의 길이었다.


2주간 이력서의 공백을 채워 나가기 위해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 보며 하나하나 기록하고 늦은 나이에 몇 군데 면접을 보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여러 기관에서 나를 사회복지사로 채용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중 내 마음이 머무는 곳이었던 지금의 직장에 입사하기로 결정하고 7월부터 나의 새로운 일이 시작되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방문객, 정현종


나는 이 직장에 환대받으며 입사를 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출근을 할 때면 이용인들이 한 사람씩 다가와 스킨십을 하고, 축복한다 사랑한다고 할 때 더 이상의 환대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강점을 활용해 긍정적인 지원을 하며, 그들과 함께 웃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때 서툴고 완벽하지 못할지라도 사람다움으로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손잡고 앞으로 전진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의 이름은 빛나는 사회복지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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