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대전 38층 별다방에서 돌체라떼를 홀짝이고 난 이후 며칠 뒤, 나는 신세계백화점 협력회사에 입사했다.
계약직 사원과 정규직 사원 사이라는 어정쩡한 위치긴 했지만, 그래도 생계를 이어갈 돈이 찔끔찔끔이지만 다달이 나온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어느 회사나 안 그렇겠냐만은… 역시나 사축 생활은 알바 시절마냥 전쟁터 그 자체였다.
외워야 할 것은 산더미에, 빠듯빠듯한 시간, 그 와중에 들려오는 고객들의 컴플레인… 이걸 전부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자니 뇌가 터질 지경이다.
이 맛은 술을 부르는 맛이구나. 분명 술 끊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캔맥주를 까고 있었다.
그나마 나아진 점은 500짜리 캔맥주 2개 까던 걸 1개로 줄였다는 것 뿐…?
그 외에는 내가 응원하는 축구팀이 파이널 라운드에 진출했다는 것 밖에는 없다. 적어도 올해는 강등권에서 벗어났으니까.
이걸 보려고 5년 가까이를 존버한 팬들 마음은 어땠을지 조심스레 물어보고 싶긴 하다.
이걸 뻬면 일반적인 일상과 다른 건 없다.
오늘의 날씨는 안개가 자욱하다. 아니다… 미세먼지인가?
오늘도 38층 별다방에서 돌체라떼 벤티를 시켰다. 아마도 이게 내 새로운 루틴이 된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