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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롱언니 Apr 09. 2024

16. 장례식장 (3)

병원에서도 공격적인 처치는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재롱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았고 처치받다 잘못될 수도 있기에 우리 가족은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 그저 아프지 않게만 해달라 부탁드렸다. 그렇게 반나절을 병원에서 진통 수액을 맞고, 패치를 붙이고 있었다. 나와 할머니는 눈에 초점을 잃은 재롱을 안고 있었다.


진정이 되는 듯 하다가 또 아파하길 반복했다. 학교에 갔던 동생도 병원으로 왔다. 아무래도 오늘이 마지막일 거라는 걸 우리 모두 직감했던 것 같다.

재롱을 꼭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재롱이 제일 좋아하는 자리에 뉘여줬다. 오전처럼 소리지르며 아파하지는 않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도 않았다. 그래도 아파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놀랐을 재롱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뭐가 그렇게 미련이 남았는지 재롱은 끊길 듯한 숨을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다. 내내 초점이 없다가 재롱의 초점은 잠시 돌아왔다. 그렇게 할머니와 짧은 눈맞춤을 했다. 그리고 재롱은 훨훨 무지개 다리를 건너 강아지별로 돌아갔다. 눈물이 났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별은 늘 슬픈 일이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아프지 않기 위해 재롱은 떠나갔다. 눈을 감겨주고, 재롱에게 사랑한다고 얘기해줬다. 목소리가 떨리지만 최대한 또박또박.


재롱아, 우리 가족에게 와줘서 고마웠어, 사랑해. 보고싶을 거야. 우리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조심히 가.


재롱은 그렇게 아픈 몸을 두고 훨훨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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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재롱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딱 1년 되는 날입니다. 늘 보고싶었지만 유독, 더욱 재롱이 생각나는 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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