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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Jul 26. 2024

<2> 2023, 너와 나

우리와 너와 나





“오늘은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너와 나>는 조현철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으로, 올해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 부문 구찌 임팩트 어워드를 수상하였다. 두 시간 분량의 이야기는 하루를 담는데 사용된다. 영화가 참고하는 모티프는 21세기에 들어 우리나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이야기지만, 영화가 그 모티프를 다루는 방식은 과도하지 않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고등학생의 일상적인 하루에 집중한다. 주인공 세미의 감정은 혼란스럽고 어리다. 심지어 퇴행적이라는 비판마저 종종 보인다. 그러나 세미가 보이는 '어린 행동'은 유년기의 우정과 사랑에 집착하고 질투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유치함이다. 작중에서 사랑으로 표현되는 감정은 우정에 질투하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세미와 하은이 공유하는 감정은 하은과 다애, 한나와 예진이 공유하는 감정과 일견 유사한 부분이 있다.




영화의 하루는 특별하지 않아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던 오늘은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다. 중고 거래를 하고,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가벼운 충돌로 다투고, 나의 서운을 투정하며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거나 사진을 찍는 일상적 사건의 연속적인 집합에 가깝다. 오늘이 고백을 위한 하루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큰 사건 없는 일상은 오히려 심심하게 느껴진다. 끝나지 않는 긴 유년의 하루는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심심하고 재미 없을 뿐이나 그 나이대를 겪는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특별이다.


그런 관객의 흥미를 촉발할 만한 계기를 만드는 대신 영화는 곳곳에 죽음의 모티프를 배치한다. 꿈과 기울어진 잔, 배경으로써 지나가는 상주는 관객에게 의문을 주며 질문하게 만들고 이 일상을 어떻게 바라 볼 것인지에 대한 관객 각자의 대답을 요구한다. 이제 우리들은 그 하루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상냥한 위무를 건네 주기 위한 고민


결국 영화는 관객이 그들의 하루를 반추하게 만든다. 특유의 뿌연 색감이 과할 정도로 환상적인 느낌을 줘 반감을 만드는 점이 아쉽지만, 영화 내내 드러나는 감독의 고민만은 분명하다. 부산스럽고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학생의 섬세한 감정을 다루며 과장하지 않는다. 일상적이기에 가장 섬세하고 공감 받을 수 있다.


세미와 하은, 그와 함께 등장하는 고등학생들은 나의 고등학생 시절이며 파편이다. 당장 청년이 공감하는 고등학생의 하루를 넘어서, 미래의 어린이들이 자라 겪을 하루가 되기도 한다. <너와 나>는 오로지 그 하루의 소중함을 보여 준다. 세미의 사랑한다는 고백은 흐트러진 수많은 너와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기능하며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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