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지 않는 글쓰기는 가치가 없다.

글쓰기의 가치

 세상엔 글쓰기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서점에는 '돈이 되는 글쓰기', '블로그 글쓰기로 월 ()()() 수익 창출', '나는 글쓰기로 ()()()를 벌었다'와 같은 책들이 즐비하다. 난 이들을 보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1. 글은 콘텐츠다.

2. 콘텐츠는 당신 혹은 제품의 가치를 시장에 알리는 훌륭한 도구다.

3. 글은 도구니까, 글을 잘(그리고 많이) 쓸수록 세상은 '강의', '출판', '사업 기회'등의 형태로 당신에게 돈을 줄 것이다.

4. 따라서 글은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 마땅하며, 그러므로 돈이 되지 않는 글쓰기는 가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쓰지 않았다. 글을 쓰려면 대중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글을 써야 했고, 결과적으로 돈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써낸 글들은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내 글은 돈이 되지 않았으며, 나는 그러한 글들을 계속해서 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글을 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 ‘돈이 되지 않는 글쓰기는 가치가 없다’는 내 생각을 바꾼 계기가 있었다. 나는 목적 없이 살아온 그동안의 삶을 청산하기 위해 삶의 목적을 문장으로 정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이 내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었다.

1. 나는 내 삶의 목적을 정의하기 위해 나는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내 생각들을 흩뿌렸다.

2. 흩어진 내 생각으로부터 내 삶의 목적을 도출하기 위해, 나는 내 생각들을 분류하고 연결해야 했다.

3. 분류하고 연결된 내 생각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문장을 계속해서 다듬었다.

4. 문장을 다듬는 작업을 거칠수록 내 생각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해졌다.

5. 이렇게 명료해진 내 생각은 내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았다.

 즉, 삶의 목적을 문장으로 정의하는 과정은 모호하게 흩뿌려진 내 생각들을 명료하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그리고 명료해진 생각은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그래서 하루하루 크고 작은 선택지가 내 앞에 나타날 때, 나는 명료해진 생각을 기반으로 빠르고 결단력 있게 내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하나의 문장을 정의하는 과정이 내 삶을 명료하고 일관성 있게 만든 것이다.

 내가 써낸 한 문장이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깨닫자, 글쓰기에 대한 관념이 통째로 바뀌었다. 남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글을 최대한 명료하게 써야 한다. 글을 명확하게 쓰기 위해서는 글의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을 분류하고 연결해야 한다. 이렇게 분류하고 연결하는 과정은 흩뿌려진 내 생각을 명료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렇게 명료해진 생각은 다시 내 머릿속에 남는다. 내가 써낸 글이 나를 완성하는 것이다.   

 여전히 나는 내 글이 돈이 되기를 바란다. 나도 글을 통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도 의미가 있다는 걸 안다. 글을 써서 얻는 가치는 돈이 아니다. 글을 명료하게 쓰려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명료한 생각이다. 비로소 나는 글을 써야 할 이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