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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Jan 19. 2017

역사 속 한 줄, 그들은 남들과 달랐다



오타쿠 무시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폐쇄성에, 그러다 보니 성격 자체가 굉장히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향적이지 못할 뿐이지 늘 한 곳에서 책을 미친 듯이 읽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은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부분을 ‘툭’하고 건드려 세상을 바꾼다. 함부로 무시하지 말라는 ‘오타쿠’들은 그런 사람이 많다. 


근래 십 년 가장 세상을 많이 바꿨다고 평가받는 사람 중 한 명인, 이제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 역시 굉장히 괴팍한 사람이었다. 그는 죽기 전까지 계속 괴팍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욕도 많이 먹은 걸로 안다. 그러나 반대로 그와 함께 일할수 있었던 건 환상적인 경험이었다고 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그 역시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방황을 한다. 어떻게 하든 결정을 내리기는 내리지만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다. 그 일부는 자신을 잘 알고 자신을 믿었으며 남들은 섣불리 낼 수 없었던 용기를 냈던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지레 겁먹고 포기를 할 때, 겁은 나지만 도전을 해서 이루어냈거나, 애초에 성향 자체가 겁 같은 건 모르는 그야말로 도전을 해서 뭔가 이루어 내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그런 사람들이다. 



나는 어느 에세이집에서인가 한번 밝힌 바 있지만 겁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막연한 확신은 있었다. 



내가 보통의 또래처럼 직장 생활에 충실하고 때가 되면 연애를 하고 적당한 시기에 결혼을 하며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며 그렇게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는 그런 삶을 살아갈 자신은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야 마음이 편안한 스타일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이십 대까지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했다. 회사를 자주 옮겨 다니기는 했지만 한 가지 업종에서 다년간 종사했으며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묵묵히 다녔다. 월급을 어느 정도 받는 날이 오면 결혼을 해도 되겠지, 라는 소박한 꿈을 꾸기도 했었다. 


삼십 대가 되면서 바뀌었다. 많은 것은 아니고 근본적인 것 딱 한 가지가. 


단순히 '직장 생활’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 과연 뭘 하면서 살아야 평생 동안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그 일을 즐기면서 은퇴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나에겐 그게 바로 글쓰기였다. 


물론 쉽게 풀리지 않는 ‘작가’로서의 인생 때문에 외도 아닌 외도를 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생계유지를 해야 한다는 구차한 변명 아래 회사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 비해서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소설을 한 권 냈으며, 급기야는 요새 유행하는 1인 출판업자로서의 삶도 시작됐다. 직접 쓰고 출판까지 하면서 내 이름으로 된 이른바 ‘저서’는 총 9권으로 늘어났다. 물론 아직까지 판매 실적은 미미하다. 이제 고작 일 년 조금 넘었을 뿐이니. 앞으로 더 나아지리라 기대하고 그에 맞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뿐이다. 그러나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예전의 막막한, 만 가지 스트레스를 받으며 회사일을 하다가 퇴근 후 술 한잔을 하는, 정말 재미라고는 지지리도 없는 인생에서는 벗어났다. 


벌써 서른아홉에 접어든 내가 아직 또래보다는 몸도 마음도 젊음을 유지하는 건 나의 달라진 삶 때문이라 생각된다. 


물론 아쉬운 건 있다. 


최근에 손지창이라는 예전에 꽤 유명하던 배우가 한 말이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며 그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건 인생의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꼭 그 사람만이 아니라도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많은 아쉬움이 생기긴 한다. 아직 가족이라는 것에 없다는 것에 대해, 힘들 때 기댈 사람이 없다는 것에 대해. 가끔 아프기라도 하면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다. 이러다 정말 죽을 때까지 혼자 살다가 늙어 죽으면 참 비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쉽고 부럽다고 해서 지금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삶과 바꿀 수는 없다. 그건 주객이 전도된 삶이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내가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덜컥 일을 벌여놔서,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많은 것들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는, 그런 무책임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어른들은 “다 그렇게 산다.”라고 말하지만 세상은 많이 바뀌고 변했다. 평범한 삶에 대한 잔소리를 볼 때마다 하던 집안 어른들도 이제는 생각이 많이 바뀌셨는지, “혼자 사는 것도 괜찮다.”라는 말씀을 하곤 하신다.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이 먼저다. 설령 남들과 비슷한 삶을 살지는 못할 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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