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승환 Feb 05. 2024

관객 자조의 영화 운동 ‘필름 소사이어티’에 주목하자

스트리밍 시대, 집단적 영화 감상이 왜 필요한가


이선주 교수님의 새 논문 「1990년대 한국 영화문화에서 ‘예술영화’라는 이념을 재구성하기: 최초의 예술영화 전용관 ‘동숭씨네마텍’을 중심으로」를 읽다가, <예술사회학>이라는 책에 「예술(하우스) 영화의 성장과 몰락」이라는 예술영화관에 대한 글이 있다고 해서 급하게 찾아 읽었다. 


「예술(하우스) 영화의 성장과 몰락」은 영국에서 ‘예술영화’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글이기도 하고 ‘예술영화관(아트하우스)’의 형성과 예술영화라는 개념의 관계에 대한 글이기도 하며, 예술영화관이 어떻게 쇠퇴하게 되었는지까지 정리한 글이다.


여러 가지가 흥미로웠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영국의 필름 소사이어티(film society)의 역사였다.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가 인디스페이스를 운영했던 2008년, 영국의 예술영화관과 상영관 정책, 지역 영화 상영 정책 등을 알아보기 위해 영국 출장을 갔다. 출장에서 만난 단체 중에는 영국필름소사이어티연합(British Federation of Film Societies)도 있었다. 관객들의 자조적인 모임인 필름 소사이어티의 전국적인 연합체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BFI나 UKFC의 관객 관련 정책, 지역 상영 정책의 파트너라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BFFS는 2014년 ‘Cinema For All(모두를 위한 영화관)’로 이름을 바꿨다. 


그 후 필름 소사이어티는 계속 관심의 대상이었다. 인디스페이스가 이명박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의해 문을 닫은 후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영화를 상영 구조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공부했다. 그러면서 다시 주목하게 된 개념이 ‘관객 자조의 영화 문화와 구조’였다. 이윤을 매개로 한 영화 유통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영화의 유통 구조에 대해 답을 찾고 있었는데, 일본의 커뮤니티시네마와 영국필름사이어티연합은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였다.


BFFS가 1932년에 설립되었다고 되어 있는데, 어떻게 극장이 아닌 필름 소사이어티가 1930년대 전국 조직을 설립할 수 있었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그 역사를 「예술(하우스) 영화의 성장과 몰락」이라는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것도 10년이 지나서.


1990년대 시네마테크(혹은 비디오테크)라고 불렀던 활동은 엄밀히 말하자면 필름 소사이어티(유럽 다른 나라의 표현으로는 필름클럽, 씨네클럽) 활동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커뮤니티시네마를 표방하는 단체의 다수도 필름 소사이어티에 해당한다.


필름 소사이어티는 프랑스에서는 1907년에 시작되었고, 영국에서는 1925년에 시작되는 등 1세기 전에 시작되었다. 그래서 과거의 유산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상영’과 ‘집단’적 감상이라는 개념이 희석되고 있는 지금 다시 중요한 개념이 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영화 관람과 감상을 개인화하고 있는데, ‘개인적 영화 관람과 감상이면 충분한 것인가’를 다시 질문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면, 다시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필름 소사이어티다.


상영과 영화관도 중요하지만, 감상과 필름 소사이어티도 중요하다. 솔직한 생각으로는 영화 문화의 다양성이나 ‘예술로서의 영화’ 등을 위해서는 예술영화관 이상으로 필름 소사이어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주도하는 공동체 활동이기 때문이다. 



2014년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에서 요청한 강의에서 관객 자조의 영화운동을 위한 두 개의 키워드로 제시한 것이 ‘필름 소사이어티’와 ‘커뮤니티 시네마’였다. 필름 소사이어티를 소개하고, 필름 소사이어티를 지역 사회 공동체의 사회적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활동으로 커뮤니티시네마를 소개했다. 두 가지는 관객이 주도하는 활동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필름소사이어티가 아마추어적인 취미 활동이라면 커뮤니티시네마는 이를 공간과 비즈니스로 확장한 것이며, 영화를 함께 보고 감상을 나누는 것을 넘어 ‘지역 사회에의 기여’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공간을 토대로 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로서의 필름 소사이어티가 커뮤니티 시네마’라는 개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류 영화산업이 개념화하는 영화와 다른 영화의 존재와 개념화를 위해서는 시네마테크도 중요하고 예술영화관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관객이 주도하는 필름 소사이어티를 빼놓으면 안 된다. 필름 소사이어티의 존재가 시네마테크나 예술영화관 (그리고 영화제)의 의미를 더 증폭시킬 수 있다. 시네마테크, 예술영화관, 영화제에 방문하는 ‘관심 있는 대중’인 관객을 ‘참여하는 시민’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필름 소사이어티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필름 소사이어티 운동을 한 번 정리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원승환

서울 홍대입구에 위치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산업과 독립․예술영화, 글로벌 영화산업에 대해 글을 씁니다. 일반적인 관점과 다른 관점의 글을 쓰고자 합니다. 과거 글들은 블로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제 예산은 줄고, 영화시상식 예산 신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