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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탐구하는 곳, 스탠포드

8월 15일, AJ 미디어 루키즈 은지현의 기록

한국 시간으로 8월 13일 오후 4시 비행기를 타고 8월 13일 오전 11시에 미국에 도착하는, 정말 신기했던 두 번의 8월 13일과 여유로웠던 8월 14일을 보낸 후,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다.


# Stanford U. D. school

새내기 때 들었던 “창의적 미디어 기획과 표현” 수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디어 전공 수업을 관통하는 Design Thinking이 탄생한 D. school에 직접 가본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었다. 마동훈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예시를 들어 설명해 주시던 발명품들도, 여기저기 놓여있는 포스트잇도 실제로 보니 너무 반가웠다.


"For desgin thinking, question, not the answer, is the most important thikng."

Design Thinking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해결책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점을 사용자로부터 도출하고 사용자의 시각에서 불편함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다른 문제 해결 방법과 차별화된다. 예를 들면, 소아병동에서 MRI 검사 전 마취제 투여 횟수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해적선 모양의 MRI 기계는 Design Thinking 과정을 통해 탄생한 발명품이다. MRI 기계를 무서워하는 소아 환자들에게 감정 이입한 더그 디츠는 아이들에게 MRI 검사가 흥미진진한 모험이 될 수 있도록 고민했다. 고민 끝에 발명한 “해적선 MRI 기계” 는 소아 환자들의 마취제 투여 횟수를 급격하게 줄였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MRI 검사를 즐기게 만들었다.


Design Thinking은 Empathize (공감하기)- Define (정의하기) – Ideate (아이디어화하기) - Prototype (시제품 만들기) - Test (시행하기)의 다섯 단계로 구성되어있다. Design Thinking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대상에게 질문하고 그들의 답을 듣고 관찰하며 그들의 불편함이 무엇인지 ‘공감’한 후, 감정이입을 통해 파악한 다양한 문제들을 ‘정의’ 한다. 그다음, 정의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논의된 해결책을 ‘시제품’으로 만들어 본다. 마지막으로 제품을 실생활에 적용하여 피드백을 받으며 어떤 의의와 효과를 가지며, 어떤 한계점을 지니는지 고민해 본다. 


D. school은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떠올리기에 최적화된 곳이었다. 먼저, 모든 강의실은, 처음 모습으로 정리해두기만 한다면, 마음껏 교실 배치를 바꿀 수 있었다. 또, 전공별 수강 인원을 제한하여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끔 했다.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직접 현장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실질적인 문제를 파악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파격적인 수업을 들어볼 수 있을까 싶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성장할 수 있는 스탠포드 학생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소통과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한 D. school의 수업 방식은 코로나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없었다. 포스트잇과 칠판에 둘러싸인 공간에서 만나던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만나야 했다. 상황이 조금 나아진 지금은 대면으로 만나긴 하지만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우리와 함께 D. school을 둘러본 교수님께서는 비대면 방식이 나쁘진 않았지만, 사람들을 직접 만나 교류하던 이전보단 학생들 간의 시너지 효과가 덜한 것 같아 아쉽다고 하셨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현장에 직접 가서 공감하며, 나의 생각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수정해나가는 것. D school이 제안하는 사고방식은 새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뿌듯함만을 느끼기 위한 문제 해결이 아닌 공감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고민하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Lunch meeting with Stanford U. HAI (Human-centered AI) Lab 

HAI 연구소에서 일하시는 Rob Reich 교수님께서 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오셔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식사도 함께하셨다.

 

이 연구소의 특징은 인공지능 기술만을 연구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컴퓨터 공학 엔지니어는 물론이고 인문, 사회, 정치, 심리학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의 미래를 고민한다. Rob Reich 교수님 역시 철학을 전공하셨다. 스탠포드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고 테크 스타트업을 시작하게 될 학생들이 인공지능의 기술적인 측면 이상의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셨기에 인공지능 윤리를 연구하게 되셨다고 하셨다.

“Giving the opportunity for ordinary users to shape the technology”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신생 기술의 보편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설명하시기 위해 드셨던 인공지능과 자동차의 비유였다. 처음 자동차가 발명되었을 때, 교통 인프라는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았다. 신호등도 없고, 차선도 없는 상태에서 자동차는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위험했다. 그러나 사회는 일반인들에게 무법지대에서 자동차를 타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거나 자동차의 편리함을 아예 포기하는, 극단적인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교통 법규와 인프라를 통해 자동차를 이용하는 방법을 세분화하고 자동차 이용을 선택하는 것이 자동차를 만든 사람이 아닌, 일반인의 몫이 되었다. 

For too long, all of the decisions about technology
has been left to technologists 
인공지능의 생김새를 결정하는 힘은 아직 그 기술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만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은 주어진 상태로 앱을 사용할 것인지, 앱을 지울 것인지 두 가지 선택지만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셨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각자 원하는 형태의 인공지능을 선택할 수 없다. 가령, 개인정보가 수집되는 방법은 앱을 만드는 사람만이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인공지능을 만들고 사용하는 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마치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를 더 튼튼하게 만든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때 필요한 것은 “community ethics”, 인공지능을 다루는 공동체적 윤리를 정의하는 것이다. 때문에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공동체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와 이 기술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규제의 근간이 되는 철학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인공지능기술이야말로 “인간의 사고와 삶,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분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만드는 인간과 그 기술을 사용하는 인간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탐구가 선행되어야 우리 모두가 기술의 윤택함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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