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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지 Jan 13. 2024

아내의 유도심문이 이어졌다.

"나랑 이혼하고 싶어, 아니면 계속 같이 살고 싶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고백 공격보다 무섭다는 이별 방어다. 뒤에선 아들이 귤을 까먹으며 다음 상황을 기다리고 있다. 귤을 다 먹은 후 엄마와 아빠 틈바구니로 끼어들어 안아달라고 한다. 엄마는 아들에게 묻는다.

"아빠가 엄마를 안 좋아하나봐"

"맞아"

아들 변호인은 빠르게 인정한다. 이혼이란 말을 이해하고 있을까? 아마 짐작은 하겠지. 아들은 가끔 아빠나 엄마와 결혼하고싶다 말했다. 근친혼스럽지만 사랑스럽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먼저 돌아가신 할아버지 묘에 합장하는 것을 지켜봤다. 15년 이상을 할아버지보다 오래 사셨지만 그 중 몇 년은 자식도 손주도 기억하지 못하셨다.

'죽어서도 같은 곳에 머무는구나... 너무 싫다.'

아마 저 혼잣말이 반경 2m 내에서는 들렸을 것이다. 결혼을 그 정도로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한 무덤에 같이 묻다니 참 잔인한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이방인의 메르소'처럼 연인의 결혼하고 싶다는 요구에 '상대가 원한다면 기꺼이'란 태도로 받아들였다. 상대의 의중을 의심해보지는 않았다. 결국 타인에게 선택을 의존하는 습관은 몹시 불편한 삶이 강요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먼저 묘자리에 누워계신다. 어머니는 자신을 땅에 묻어두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지만 아버지께서는 선산에 한 자리를 마련하셨다. 강제로 땅에 계시는 어머니를 1년에 한 번 가족들이 모여 찾아간다. 결혼은 자신의 의사와는 다른 항로로 움직이는 듯하다. 늦은 저녁까지 일을 해야 배가 움직이고 그 배에는 나 대신 조타를 맡을 사람이 필요하다. 좋다 싫다의 감정보다 책무로 가정이 결속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배는 좌초된다. 아내의 배에서 내린 아들은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가며 안아준다. 딸은 그러거나 말거나 페파피그 돼지 가족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있다. 우리 딸은 누가 사가려나?


물가가 장난 아니구나. 살 게 없네. 물가에 내놓은 아이는 구입을 망설였다. 물고기와 합장은 싫어. 물고기는 아이의 인사를 받지 않았다.




어느새 배는 산에 정박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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