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백지 Jan 26. 2024

열 아홉번째 방을 열었더니 빵과 돈이 담겨있다.

"아빠가~ 빵은 자기가 먹고 너희들한테 스티커만 갖다주는 거야~"

동공지진,
'님아 그 입을 빵에 가두시오.'
아내는 아직 모른다. 포켓몬 스티커가 들어있는 빵이 남편의 점심식사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투명 곰돌이 모양의 저금통이 생겼다. 불투명 돼지의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500원씩 주고 거실 청소를 시켰다. 노동착취의 시작이다. 아이들은 동전 하나를 얻더니 도울 일이 더 없냐고 묻는다.

"엄마, 우리 말고 또 뭐 좋아해요?"

식탁에 연어를 두고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던 아내는 달콤하게 대답했다.

"알코오올~"

절대 술에 취하지 않는 아내다. 잠에 취해 누워계신 것이다. 아내는 이제 아이들의 경제관념을 심어줄 수 있겠다고 좋아했다. 아내의 경제관념은 탈모가 시작됐다. 심어도 심어도 생활비가 모자라다 한다.






아이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다.
없다는 건 슬픈 일이다. 처음부터 없었으면 상실감도 없었을 것을...
있다 사라진 존재는 슬플 겨를도 없다. 단지 남겨진 자들이 떠난 자의 슬픔을 나누어 품고 살아간다.

더하기만 하던 삶에 슬픔을 나누고 가는 존재란 참으로 덧없기만 하다. 하루는 선물처럼 주어지지만 선물상자 안은 텅 비어있다. 이미 없던 사람은 채우는 재미라도 있지만 가진 게 많았던 사람은 더 큰 상자를 바란다. 불안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상자의 바닥엔 희망이 아닌 불안이 그득하다.

대한민국 축구 경기가 있는 날 치킨집 문을 열었더니 만두집 연기처럼 말풍선들이 출입문 밖으로 사라진다. 헬멧을 쓴 아기새들이 먹이를 달라며 어미새를 바라보고 있다. 어미새 알바는 곧 나온다고 하지만 주문 순서대로 음식이 나온다. 가는데 순서없듯 치킨엔 무가 필요하다. 모두가 무로 돌아가듯 나-무가 되었네.

안라무복: 안전 라이딩 무사 복귀

스물 다섯번째 방엔 아기새들이 잠들 준비를 하고 있네. 치킨집보다 따뜻한 집에서 아기새들이 깰까봐 축구 경기 결과를 귀로 듣고 있네. 아빠는 선발 명단에 있던 선수처럼 후반 30분쯤 교체되어 집으로 복귀했네.

나무처럼 천천히 자라거라. 그대와 나 함께 머무는 시간이 너무 짧지 않도록......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