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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지 Feb 28. 2024

봄이 온 건가? 하고 밖을 나가면 여전히 춥다.

아직 이르구나.

꽃들이 먼저 반응한 후에 나가야겠다.

아이는 천 살까지 살고싶다 말한다.

죽는 게 무섭다고 한다.

난 불로초를 구해줄 수 없었다.

마음은 알겠지만

마음이 성장한 후에야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




나 역시 그리 길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작년 봄처럼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고싶다. 벚꽃잎이 눈처럼 휘날리는 봄이면 더 좋다. 바닥에 앉아 김밥도 먹고 아이들이 수달처럼 뛰노는 모습도 보고싶다. 1, 2년 사이 많이도 컸다. 다시 또 봄이다.

아이는 해가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낮엔 놀 수 있고 밤엔 잠을 자야하니 낮에만 머무르고싶은 모양이다.

"지구가 멈추면 가능한 일이지만 지구 반대편은 너무 추울 거야."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야 했다. 지구에 전쟁이 멈추지 않는 이유이다. 우린 영원히 살 수 없고 정해진 순리와 이치대로 살아갈 뿐이다. 어릴적 아빠의 모습은 슈퍼맨처럼 위대해보였으나 그 또한 신은 아니었다. 나를 만든 인간이지만 그 역시 나를 통해 불멸을 꿈꾸는 작은 세포에 불과했다. 아빠가 작아질 무렵, 우리는 신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신나는 여정이었다. 작은 상처에도 아프고 통증이 밀려왔다. 내 상태와 무관하게 지구는 돌고 봄이 찾아왔다. 내게 남아있는 봄은 내가 살아온 시간보다 적을 것임을 직감한다. 나는 의식하지 않고 회전하기로 마음 먹었다. 트리플 악셀처럼 땅에 닿으면 속력이 줄고 땅을 박차면 몸을 움츠려 빙글빙글 돌기로 말이다.




이불에 숨어 추위 대신 날개를 펼친다.




딸과 함께 이불에 숨어 동화같은 이야길 들려준다.

어느 날 네가 자고 일어났더니 날개가 생긴 거야. 날개를 힘껏 움직였더니 엄마는 춥다며 나가서 놀라고 말했어. 집 앞에 나가 날개를 흔들어 보았어. 하지만 몸이 떠오르지 않았지. 아빠가 말했어. 6개월 동안 초코렛 간식을 먹지 않으면 날아오를 수 있다고 말이야. 너는 꾹 참았지. 먹고싶은 음식도, 보고싶은 먹방도 참았어. 그리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지. 초코렛 대신 굳은 마음을 먹었어. 매일 매일 집 앞에서 힘을 주었어. 그러던 어느 날 네 몸이 떠오르기 시작했어. 바다가 어느 방향일까? 아빠는 딸이 전깃줄에 걸려 통구이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따라갔어. 드론을 처음 날려본 사람처럼 조심조심 소리쳤지. 자주 가던 놀이터에 착륙한 딸은 바다까지 날아가기엔 너무 힘들다고 말했어. 날개인줄만 알았던 딸의 엉덩이에 꼬리펠러가 숨을 헐떡이고 있었어.

"바... 바다는 무리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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