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백지 Mar 10. 2024

불안이라는 종이상자에 몸을 숨기면 이불밖도 위험 요소다. 결혼 후 안정된 삶을 사는 이들과 달리 조그만 실수에도 이사갈 집을 찾아야 하거나 아이들 교육비를 줄여야한다. 선택은 사소하지만 결과의 눈덩이는 꽤나 버겁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부터 감정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아무래도 감정은 입으로 전해지는 듯하다.

숨도 안 쉬고 머랭쿠키를 입에 넣는 딸을 보며 행복은 입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에 허락된 자극처럼 보였다. 햇빛이 튕겨낸 머리카락, 그네가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휘날린다. 아이는 머리카락이 몸에 붙어있지 않을때마다 기쁘게 웃는다. 종이를 밟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힌 순간 전까지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바닥에 찹쌀떡의 흰 가루와 우유에 타먹는 초코가루가 새벽녘 폭설처럼 소복하게 쌓여있다. 음식은 포장지 안에 담겨있을 때까지만 안전했다.

"아빠 나 이 거 먹어도 되엉엉 ㅠㅜ"

물어보기 위해 달려오던 딸은 가루들과 함께 중력을 경험했다. 머리에 피가 나고 살짝 부어올랐다. 머리를 다쳐 학습효과가 없었던 모양인지 이후에도 가까운 거리를 뛰어다닌다. 급할 것도 없는 어린 아이 인생인데 뭐가 그리 급한 모양인지 다른 종이를 밟고 또 미끄러진다. 목욕을 시키며 다른 상처는 없는지 이곳 저곳을 살폈다. 아빠와 함께 주말을 보낸 딸은 부쩍 살이 올랐다. 바지 주름 위로 만조가 되었음을 알린다. 만삭의 무게를 체험 중인 딸은 엄마의 몸과 닮아있다. 그대들의 삶을 숨 죽이며 경이롭게 바라본다.





토라지며 바라본 세상의 모습은 어땠을까?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