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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백지 Apr 07. 2024

"와~ 천국이야 천국!"

 

아이는 티니핑 캐릭터로 포장된 비타민 상자를 보며 외쳤다. 병원 진료가 고통을 수반하는 체험인 반면 약국은 하얀 가운을 입은 천사들이 일하는 곳이다. 간이 천국에서 약을 받으면 치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인터넷 검색 쇼핑몰에서는 250정의 비타민을 11610원에 천국행 티켓을 팔고 있었다. 엄마는 선불로 티켓을 구매해 서랍장 안을 천국으로 꾸며놓았다. 10정에 천 원씩 판매하는 약국은 비교적 값비싼 천국이었다. 저렴한 구입처 덕에 약국은 천국의 지위를 잃었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질 무렵 검은 자전거가 병원 주변을 달리고 있다. 배달통 안 비닐봉지에 음식이 담겨있다. 커다란 버스 주변 상복을 입은 이들이 기도드리고 있다. 천국으로 이동하는 절차다. 낙타처럼 살았던 이들이 육체를 떠나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여정이다.


"재미없게 살다 가셨지."


연신내 역 인근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노인의 지인이 남긴 코멘트다. 사건 당시에도 인근 상점에 가져갈 박스가 많다는 소식에 집을 나섰던 모양이다. 그를 천국으로 인도한 건 폐지로 고물상에 가져다줄 박스였을까? 아니면 박스 모양을 닮은 자동차였을까? 인도를 지나 차도를 건너던 중 일어난 사고였다. 발견 즉시 얻을 수 있는 천국의 기쁨은 삶을 치유해주지만 고통 이후 접하는 천국은 발견 당시의 감정을 전달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천국의 미소를 지으며 놀이공원을 즐겼다. 그 걸 바라보는 나 역시 광대가 뻐근해질만큼 기뻤다. 주머니는 가벼워졌지만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니 천국은 그리 멀리있는 게 아님을 느꼈다. 갖고싶은 캐릭터 풍선에도, 캐릭터 비타민에도, 좋아하는 색깔의 비행기, 개구리에도 천국이 담겨있다. 아이들에겐 천국 문이 자주 열린다. 내 지갑처럼 자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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