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백지 Apr 22. 2024

굴뚝의 연기처럼 속마음이 입으로 새어나온다. 아내는 편리함, 편안함이 늘 우선순위다. 아내의 편안함은 주로 타인에 의존해 채워진다. 사뭇 여성스럽다. 외벌이 가장이 경계해야하는 건 편안함을 좇으려는 태도이다. 나는 경계대상과 결혼했다.

20대, 그리고 30대에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얻게 되는 이득이 많았다. 체력과 건강이 그렇다. 40대에 들어서니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을 빼앗긴다. 40대 중 후반의 내 누이들에게는 노안이 찾아왔다. 나는 10대때부터 노안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바라보는 시야는 어린아이처럼 비좁았지만 어른들은 나를 성숙한 인격체로 바라봐 주었다. 나는 보이는대로 남을 속이는 재주가 있었다.

최근 놀이터에 사냥감을 노리는 이들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 그들은 전도를 위해 아이들에게 죄인 프로세스를 덧씌운다. 죄인이 된 아이들은 탕자처럼 놀이터를 떠난다. 미리 놀이터에 정찰을 가보고 교인들이 있으면 놀이터에 가지 않는다. 자신에게 속아 남을 현혹하는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

월초 가족 모임에 20대 조카 둘이 참석하지 못했다. 주말 아르바이트와 곡 작업을 위해 못온다고 했다. 어른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예전에 이사하기로 계획했던 곳에 지금 살았더라면 몇 억 이상 올랐을텐데 하는 아쉬움, 지금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얼마나 오르내렸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어른들의 돈이 부동산, 금, 코인시장에 몰리자 내수 경제가 더 죽은 느낌이다. 아이들은 죽어가는 내수 시장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주 놀이터에서 당한 설교 말씀은 참으로 불편했다. 모두가 주님을 만나고, 건물주님이 된다한들 행복해질 수 있을까? 천국에 가기 위해 신을 믿는다면 종교는 일종의 사후보험이란 말인가? 다음엔 그냥 교회에 다니고 있고, 이미 결혼했고, 취업도 했고, 집도 가지고 있고, 물려받을 땅도 있다고 말해야겠다. 가진 게 없을수록 천국의 문이 넓다는데 어른들은 그 누구도 천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지 않겠는가?

천국은 놀이터에 놀러온 자들에게만 허락된 도시이다.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