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와와는 예민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작은 체구지만 이빨을 드러내고 사납게 짖는다. 닥스훈트씨는 순둥이지만 목소리가 크다. 체구는 작지만 대형견의 소리가 난다. 와와는 집 주변만 산책한다. 마킹과 대변을 보면 집에 들어가자 한다. 목줄을 당기는 반대방향으로 버티고 서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한다. 반면 훈트씨는 30분이고 1시간이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먹다 버린 음식 또한 기가 막히게 찾아낸다. 와와가 버티고 서있으면 훈트씨가 양보한다. 더 돌아다니고싶지만 와와와 함께 짧은 산책을 마친다. 따로 산책을 하기엔 주인이 고되다. 20분이면 끝날 산책이 1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사람들은 대부분 와와를 예민한 개로 인식한다. 자신을 향해 짖어대기 때문이다. 훈트씨 역시 다른 예민함을 지녔다. 길다란 코 덕에 후각이 더 발달했고 길다란 허리 덕에 식탐이 많다. 길다란 성기를 지녔다고 성욕이 강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을 인식하는 후각의 예민함은 사람들이 쉬이 알아차리지 못한다.
"당신이 예민하다고?"
야간 운전 시에 타인보다 주변을 더 많이 살핀다고 말하자 아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내는 장롱면허이다보니 운전의 피로도를 인식하지 못한다. 나는 이니에스타처럼 주변을 살핀다. 도로 표면 위의 굴곡, 포트홀을 피해 다니고 과속방지턱의 경사가 완만한 혹은 노견을 이용한다. 도로 표면의 굴곡을 보며 차량 흐름을 읽고 동시에 건물 간판과 회전해야 하는 골목, 건너편 레깅스 입은 여자의 옷이 젝시믹스인지 안다르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을 보고 크루즈 주행으로 이동하는 차량은 이해하기 힘든 영역이다. 예민함이 상대를 향하는지 혹은 자신에게 향해있는지 이정표만 다를뿐이다. 차이가 크진 않지만 예민한 이들일수록 격차를 알고 있다.
와와는 훈트씨가 자신의 산책 스타일을 맞춰주고 있단 사실을 모른다. 평생 그렇게 살아왔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는지 자신을 둘러싼 이들 중 누가 희생하고 양보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