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동 아빠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취침 여부를 텔레파시로 확인해보라 말한다. 일요일 아침 1동 아빠와 3동 아빠는 아들들 셋을 데리고 편의점으로 향한다. 3동 아빠는 좋은 직장에 좋은 자리를 꿰차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들들의 간식을 원없이 사주었다. 2만 원이 넘는 금액을 할인이나 제휴카드없이 계산한다.
"다음에 태어나면 엄마로 태어나야겠어."
1동 아빠는 엄마의 삶을 살고싶었다. 주말에도 집에서 쉴 수 있게 해주는 남편들은 보통 대단지 아파트에 모여산다. 주택가가 밀집되어 있는 놀이터에는 주말에도 남편들이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전 출산하기 무서워서 엄마로 태어나고싶지 않아요."
3동 아빠는 배부른 소리로 말했다. 아들들은 놀이터 의자에 앉아 양파링과 웨하스를 입 안 가득 넣고 뛰어다닌다.
"아니다. 다시 태어나면 너희들로 태어나고싶어."
1동 아빠는 여섯 살 아들들에게 주어진 행복을 마주하고 그대들로 다시금 태어나고싶다 말한다. 원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119 아들과 키즈카페에 가기로 했다. 엄마 아빠가 소방서에서 근무하고 있어 119 아들이다. 놀이터 대신 집에서 유튜브를 보고 있던 딸이 내려왔다. 엄마와 닮았다. 아들은 키즈카페에 가서도 아빠 생각을 하겠다고 말한다. 창문으로 아빠 직장이 보이는 키즈카페다. 아빠는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어제 아내와 나눈 대화를 안주처럼 곱씹었다. 술 대신 맥콜을 뜯었다.
아내는 내가 육아휴직 후 직장에 복귀하기를 원한다. 이유를 물었더니 매 달 100~200만 원 용돈을 달라고 말하기 불편하다고 한다. 직장에 다니는 아내는 본인 수입 이상으로 돈을 쓰고 있어 늘 부족한 금액을 내게 부탁한다. 어제 본 TV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TV에 출연한 여자 분은 다른 여자들에 친절한 바람 미수범 남편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사랑을 받고싶은 거였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내는 남편에게 용돈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용서받고싶은 거라 믿고싶다. 아내와 아이를 태운 119 아내의 패밀리카가 저멀리 떠난다.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