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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꽃지 Sep 09. 2024

[2008.7.24] 언젠가 만날, 오랜 친구

31세 우울 + 기다림

-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때 소중했고 어쩌다 연락이 끊어졌는데

지금까지 불쑥 떠오르는 사람이다.


즉,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내 사람>이다.


<내 사람>이 꼭 내 옆에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내 사람>은 그때 그 한마디 말로, 아니면 어떤 가치관으로 내 생각과 함께 있다.


요즘 나는 단주를 하는 중이다. 개과천선이다. 

솔직히 많이 힘들어 집어 치고 싶을 때, 영신이가 이 날, 오랜만에 만나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 요즘 술 안 마셔. 그것보다 좋은 것이 많다는 걸 알았어."

신앙 얘기였다.


그날의 다이어리를 보니

당시의 나는 이 말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간직했었다.  

일기를 읽으면서도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 지금은 완전히 잊힌 내용으로 말이다.


-


기억은 참.. 믿을게 아니라는 걸 다시 실감한다.

이래서 기록 없는 기억은, 잘 각색된 '현재시점의 생각'일 수밖에 없다.

난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브런치에 이렇게 기록을 한다.


그렇다고 기억이 소중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기억이 신통한 건, 

무의식에 들어가 있다가 오늘처럼 나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기록은 과거에 머물고, 기억은 현재에 살아간다.


기록은

제발 죽어 없어지지 말라고 남기는 거고,

기억은

죽어라 죽어라 해도 끈질기게 살아있다.


-


 <내 사람>은 기억이다.

 시간, 거리, 질량,, 그 어떤 물리적 지표와 관계없이 내 옆에 존재한다. 마치 무의식같이,,


어쨌든 그때는 스쳐 지나갔던 말이

16년이 지난 오늘 떠오르는 건 그녀가 확실히 <내 사람>이라는 것!

그때 그녀의 말이 지금 나의 단주에 힘이 되길 바랄 뿐이다.


영신아,

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다시 찾을게.



지금은 왜 안 찾냐고?


 왜지???


나도 몰라.

지금 네가 안 보고 싶은 건 아니야.

왠지 그래야 될 거 같아.

내 기록과 기억, 무의식이 그렇게 하래.

어쨌든 우린 다시 볼 거 같다.


설마 네가 날 재낀 건 아니지?

왜 연락이 끊겼는지 난 기억 안 난다.

상관없어. 넌 내 사람이니까.

미. 저. 리




2008.07.24

20살 젊은 혈기에 같이 방황의 시절을 보냈던 친구를
아주 아주 오랜만에,,, 거의 4년? 5년? 만에 만나서 수다를 떨었다.
살아온 얘기, 좋았던 기억, 힘들었던 때, 지금의 고민과 앞으로의 걱정을 나누면서,
지금 서른 살이 훌쩍 넘어버린 우리의 이야기에서


그 어린 시절에 가졌던, 그 친구에 대한 기억과 느낌이 그대로 다시 살아남을 느낄 수 있었다.

친구가 말했다.

"인생을 열심히 사는 건 아주 중요한 거지만,
지금껏 지내보니, 열심히 사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었다고....... "

그 친구와 내가 함께 다녔던 그 대학 1, 2학년 시절이
내 인생에서 열심히, 치열히 살았던 때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지만.
술에 쩔어, 눈물에 쩔어 살았던 그때의 고민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걸  부인할 수 없는 걸 보면

그래, 인생에 있어서 최선은
그리고 최선의 선택은
그 당시에는 감지할 수 없다는 함정이 있다.

어쩌면, 지금 내가 택해야 하는 최선의 선택은
'열심'이 아니라 '기다림'일 수도 있다.   

기다림은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신뢰로부터만 나올 수 있는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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