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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꽃지 Sep 09. 2024

[2008.9.4] 솔개처럼, 죽지만 않으면 산다.

31세 우울 + 상처 + 성장

외로움에 잠식, 

되돌아봐도 내 인생에서 가장 외로웠던 시기였다.

난 그 긴 터널을 이겨냈다. 

그때의 상처는 잘 아물어 있다.

이 이후로 특히 40살이 넘어서는 외롭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 거 같다.


뭘까.

<이 또한 지나가리?> 같이 식상한 말을 갖다붙이긴 싫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처럼 꼰대 같은 소리는 더 하기 싫다.


나는,

<죽지만 않으면 산다. 어쨌든,> 이 정도의 표현으로 마무리하겠다.


덧붙이자면,

인간에게 '성장'은 인생과업이 아니다.

인간에게 '성장'은 너무나 당연한 거다.

그냥 시간이 흐르면 변하는 자연의 섭리다.

누구나 지금의 고통이 있지만, 

성장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수반되는 고통이 그렇게 밉지는 않다.

그 고통이 지금 나를 뒤덮고 있다고, 나를 끝까지 따라다니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진저리 나게 평생 갈 거 같지만 인간의 미천한 백 년 남짓 한평생에도 못 미친다는 말이다.


쉽게 생각하자,

그냥 오늘 점심이 더럽게 맛없다고, 입맛 버려 죽지는 않는다고. 

그리고 내일 점심도 이따위 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낼모레도 있다고.


그냥 '성장'은 살아있는 생물이 그때그때 양분을 공급받는 거와 다를 게 없다.  



2024. 09




2008.9.4


새 중에서 가장 장수하는 것은 솔개이다.

솔개는 40세 정도가 되면 발톱이 노화하여 낡아지고, 부리가 길게 자라 앞으로 구부러져서 가슴까지
닿을 정도가 된다. 그리고 깃털도 두껍게 자라서 그 무게 때문에 하늘로 날아오르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그즈음에 솔개는 두 가지 중 한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대로 죽을 것인가, 아니면 변화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삶을 살 것인가이다.
변화를 선택한 솔개는 그 후 30년을 더 살 수 있게 된다.
변화를 선택한 솔개는 그 이후에 30년을 위해서 그냥 앉아서 때를 기다리고 있지 않고
할 일을 한다. 먼저 산 정상으로 올라가서 그곳에서 둥지를 짓는다.
그리고 부리를 바위에 쪼아서 부리가 깨어지고 빠지게 한다. 그러면 새로운 부리가 서서히 돋아난다.
그 부리로 발톱을 하나씩 뽑아내면 그 자리에 새로운 발톱이 자라난다.
그 후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씩 뽑아낸다.
그렇게 약 반년이 지나면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여 새로운 삶을 얻어
30년을 자유롭게 보내게 된다.


마음에도 영역이 있으며 자신의 영역은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자신을 지키되, 마치 성벽을 쌓듯이 지켜야 한다.
자신이 받아들일 사람과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받아들여야 할 생각과 말이 있고, 그러지 말아야 할 생각과 말이 있다.
예를 들어 텔레비전을 보고 그곳에 등장하는 아무 사건이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영향을 받는 것은
자기 마음의 문을 닫지 않고 아무것이나 자신의 속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과 같다.
바비 인형 같은 팔등신 여자가 텔레비전에 등장해서 '더 가볍게, 더 가늘게'라고 하는 말을
그대로 듣고, 자신도 더 가볍고 더 가늘어지려고 온갖 방법을 다 쓰다가는 결국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몽땅 들이게 된다. 물론, 바비 인형처럼 된다는 보장도 없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도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결정을 따라 살아가다가 후일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았노라고
말한다 한들 소용이 없다. 이미 그것은 지나간 자신의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문을 열어놓고 어떤 것이 들어오든 말든 내버려 둔 것도 자신의 선택이었고,
선택하지 않은 것도 자신의 선택이었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검증이 된 훌륭한 사람의 말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을 것이 있다. 그 말을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이 상황에 따라 다르고,
시대에 따라 다르고, 사람에 빠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같은 생각을 쌓지 않도록 자신의 마음을 지켜야 한다.
당신은 보물임을 기억하고 그 보물에 쓰레기를 뒤집어 씌우지 않도록 주의하며,
밤낮으로 마음의 성벽을 잘 지켜라, 그렇기 않으면 누군가가 아무도 모르게 살짝 당신의 성벽 안에
쓰레기를 쏟아부을 것이다. 자칫 그것이 쓰레기 같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아름답게 포장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포장 속에는 당신의 영혼을 망치는
독이 있을 수 있다. 당신이 자신의 마음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바로 당신이 자신을 지킬 수밖에 없다.


당신의 마음이 태풍의 눈 속처럼 고요함을 유지하게 하라.

누군가가 당신을 괴롭게 해도, 삶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게 한다고 해도,
때로 자녀가 당신의 마을을 뒤집어 놓고, 남편이 당신에게 상처를 준다고 해도,
직장에서 하늘이 무너지는 일을 당한다고 해도 당신의 마음을 고요히 지켜라.
그러면 당신은 결국 승리할 것이다.
누가 나에게 곱지 않은 얼굴을 보이고, 마음 상하는 말을 한다고 해도 미소로 화답할 수 있는
고요함이 있어야 한다.
태풍의 눈 속고 같은 고요함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30대 풍랑의 세월이 고요함을
선사한다. 당신이 풍랑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지킬 깨 그 평화의 공간은
점점 넓어져서 아무도 침범하지 못하는 고요한 호수가 될 것이다.
후일의 고요함을 위해서 30대에 평화의 공간을 넓혀 나가라.
그 공간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인위적으로나 순간적으로 만들 수 없다.
당신이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어나가고, 자신의 마음을 사랑하고, 보호할 때 생긴다.
그러므로 스스로 사랑하라.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하라. 아무도 자신에게 그렇게 해 주지 않으면
어떠랴, 아무도 해주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불만스러워하지 말고, 누구보다 자신에게 잘해주어라.
이 세상에서 아무도 당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느낄 때, 도리어 사람들이 당신을 힘들게만 할 때
더욱더 당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라. 자신의 마음을 지키고,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라.
특히 아무도 당신을 돌보지 않고, 당신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외로워질 때
당신과 같이 외로운 사람을 도와주라.
당신이 자신의 필요를 채우지 않고, 다른 사람의 필요를 채워줄 때 당신에게
더 큰 고요와 기쁨과 평화가 찾아오게 될 것이다.
당신이 평화의 고요한 눈 속에 있을 때 그 어떤 힘든 주변 환경도 감싸 안을 수 있고.
용서할 수 없는 사람도 사랑할 수 있고, 그 어떤 열악한 처지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결국 주변 환경이 평화로운 당신의 영향을 받게 되고, 주변 사람이 당신의
사랑을 받게 되며, 열악한 처지가 당신 앞에 무릎을 꿇을 것이다.
당신 주변의 모든 것이 평화롭게 되면 당신 자신이 평화 속에 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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