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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비 Feb 04. 2023

너 없는 출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별아, 너를 보내고 돌아가는 길은 슬픔에 잠겨있을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어.


"우리 드라이브나 갈까?"

"좋아. 여기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예쁜 공원이 있다는데 거기 가볼래?"

"오~ 안 그래도 거기 가보고 싶었는데! 가자! 구경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자!"


전혀 슬픔을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의 대화.

차를 타고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치 소풍을 떠나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놀러 갈 생각을 하고 있다니... 네가 생각해도 이상하지? 그 이상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면서 어쩌면 계속 피했던 걸지도 몰라. 네가 없는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걸...

가는 길 내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웃었어.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기도 하고, 차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흥얼거리며 시끌벅쩍한 분위기가 이어졌지. 그런데 사실은 각자 적응하려 애를 쓰고 있었던 거야. 네가 없는 우리의 시간을.


11월 가을 하늘은 너무나도 맑았고, 울긋불긋 예쁘게 물든 단풍과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다 떨어지는 낙엽마저 어찌나 아름답던지... 행복한 표정으로 단풍구경 온 사람들 속을 함께 거닐며 구경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 가을을 즐기는 나를 발견해. 잠깐 잊었던 것 같아. 정확히는 네가 떠났다는 것이 새삼 와닿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집으로 돌아가면 네가 있을 것만 같은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았거든. 그것도 잠시뿐, 곧 현실이었지만 말이야. 결국은 네가 없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차 안엔 조용히 음악만 흐르더라.

점점 가까워지면 질수록 눈에 보이는 그 모든 장소에 네 모습이 보이는 듯 생생한 추억으로 가득했거든.


처음으로 너와 산책했던 그 길,

산책하다 힘들면 같이 앉아 쉬었던 공원의 벤치,

네가 몰래 눈치 보며 피해 가던 동네의 작은 동물병원,

같이 자전거를 타면서 지나쳤던 작은 정자,

겁도 없이 씩씩하게 건넜던 개울의 작은 돌다리,

산에 가는 걸 좋아했던 너와 수도 없이 올랐던 뒷산까지...


내 시선이 가는 장소마다 너와의 추억이 살아있어 결국 흐르는 눈물을 막지 못하고 하염없이 울어버렸어. 소리도 없이 뚝... 뚝... 뚝...

별아, 누나는 너 없는 이곳에서 지내는 게 벌써부터 걱정이야. 언제쯤 이 모든 곳에 스며있는 너와 웃으며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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