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07:00
별아, 습관이란 게 참 무섭지? 어김없이 눈이 떠지는 걸 보면 말이야.
밤새 눈물에 얼룩져 팅팅 부은 눈을 겨우 떠서 핸드폰의 시계를 보니 정확하게 아침 7시더라.
알람도 맞춰놓지 않았는데 말이지.
어떻게 아는 건지 항상 알람 울릴 때가 다가오면 누나 방으로 오던 너였어.
문을 툭 열고 들어와서는 촉촉한 코를 흠씬 킁킁거리며 잠들어 있던 누나 손 끝에 스윽 대곤 했지. 잠결에 느껴지는 차가운 촉감에 깜짝 놀라며 깨는 게 우리의 일상이었어.
"으응~ 놀래라 별아. 아직 알람도 안 울렸는데 왔어? 벌써 산책 가자고?"
매일 가는 산책이 가끔은 귀찮아서 이불속에서 투덜거리며 말을 건네다가도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산책 가자며 행복해하던 너를 보면 안 일어날 수가 없었지.
채 다 뜨지 못한 눈으로 주섬주섬 옷을 입으면 드디어 나가나 보다 싶어 내 다리를 왔다 갔다 몸으로 툭툭 치며 재촉하는 네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곤 했단다.
아침마다 갖는 1시간가량의 산책.
너와 내가 온전히 교감할 수 있던 가장 행복한 시간.
맑은 날도 흐린 날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켰던 우리의 약속.
그 약속이 이미 누나 몸에 새겨져서 그런가?
저절로 떠진 눈을 잠깐 비비고는 한참을 멍하니 방 문만 하염없이 바라보며 앉아 있었어.
오늘도 저 방 문을 열고 산책 가자며 들어올 것만 같이 선명한 네 눈빛, 네 발소리, 네 코의 촉감이 떠올라 어느새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버리고 말아...
'귀찮아하지 말걸... 다시 오지 못할 그 소중한 시간 온 마음을 다해 별이와 즐길걸...'
왜 그땐 그걸 몰랐을까? 영원하지 않을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말이지...
그냥 막연한 소망에 사로잡혀 살았나 봐. 네가 늘 같이 있어줄 거라는 소망말이지.
이제는 7시에 눈이 저절로 떠지지 않는 것도 다른 의미로 슬픈 일이야.
네가 없는 삶에 또다시 익숙해져 가는 거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여전히 누나의 마음속엔 너와 다녔던 산책길, 그날의 온도, 시원한 아침공기, 신난 너의 뒷모습, 타박타박 발소리까지 생생하게 새겨져 있단다.
별아, 늦잠 자고 있는 누나의 꿈에서 오랜만에 같이 산책할까?
약속의 7시가 되었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