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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Mar 23. 2021

Chapter 1. 착하다는 덫 (2)

35살부터 호구를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배려해주면 되지 않을까? 참으면 괜찮아!     

점차 나는 ‘착하고 배려하는  좋은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신기하게도, 내가 그렇게 행동할수록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는 어느덧 내가 조금만 참고 배려하면 아무 잡음이 나지 않고, 이렇게 사는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습이 사람들에겐 착하고 좋은 아이로 비친다는 결론이 났다. 그러니   이유가 없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싶었으니까.           


그러나 문제의 불꽃은 여기서 지펴졌다.  느낌이 좋아서  무리하게 참고, 배려하기 시작했다. 마치 균형을 잃고 깊은 바다로 기울기 시작하는 배처럼...  기질 이상으로 상대를 배려하고  감정은 배척하기 시작했다. 가끔 불편한 감정이 올라왔지만  감정이 너무 미세하게 느껴졌기에 처음에는 이것이 불편한 감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한 감정이  마음을 건들렸다.  “나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지?” “ 친절하게 대해줬는데 나에게  이리 차갑게 대하지?”라는 마음이  때가 있었다. 그러나,   감정을 무시하거나 애써 회피했다. 오히려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야.”라는 자기 합리화를 하며  착하고  참았다.           




나중에는 상대에게 불편한 마음이  때마다 나를 자책했다.  “  그런 마음이 드는 거야? 그건 나쁜 마음이야. 내가 좋은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니까 지금은  이상하더라도 결국에는  사람도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거야. 내가  참으면 모두가 좋아해.”라고 나를 타일렀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불편한 감정은 어색한 감정, 느끼면  되는 감정, 인지하기 어려운 감정이 되었다.                      




#나도 저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고등학교 1학년, 미국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아직도 잊을  없다. 미국 아이들이 뿜어내는 활기와 에너지를


파란 눈에 금발, 혹은 갈색 머리를 흩날리며  키와 날씬한 몸매로 복도를 걸어 다니는 미국 여자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의 아우라에 압도되었다. 일찌감치 피아노 전공으로 굳힌 나는 음악수업으로 합창과 오케스트라를 들었고, 동아리 활동으로 학교에서 유명한  show choir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다. 그곳에서 학교에서 전교 1-2등을 다투면서 춤과 노래까지 해내는 아이들을 나는 동경의 눈으로 쳐다봤다.  친구들이  거울 앞에서 땀을 흘리며 마치 아이돌 연습생들처럼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너무 멋졌다. 순간, 연습실 구석 피아노 의자 끄트머리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다. 통통하고 표정 없는 동양 여자아이. 영어를  못해서 위축되어 보이는 아이. 다시 연습하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생각은 “나도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였다.          



원하던 대학에 입학하여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언어와 문화적으로 힘든 고등학생을 시절을 보냈지만 그만큼 영어가 많이 늘었고, 미국 문화에 적응을 많이  상태였기 덕분에 대학 생활 적응은 쉬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학생 언니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한국으로 돌아가시며 남겨주고 가신 차가 있다 보니 유학생 언니 동생들에게 많은 부탁을 받게 되었다. “유림아, 혹시  보러 가면 같이 가지 않을래?” “유림아, 교회   라이드  부탁해도 될까?” “나는 학교 내에서  나가는 언니나 동생들이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면 고등학교  show choir에서 친해지지 못했던 미국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었던  마음이 겹쳐 나오기 시작했다.           




당연히 도와줘야 하는 나의 마음과, ‘친해지고 싶다.’ 란 마음이 큰 회오리바람처럼 내 마음을 헤집고 다녔다.  어느덧 나는 내 연습시간을 빼가며 그들에게 라이드를 해주기 시작했다. 한 겨울, 아침 9시에 만나기로 했던 언니가 차를 타러 나오지 않아도 따지지도 않고 20분 내내 추운 차 안에서 기다리기도 했고, 멀리 떨어진 한인마트를 갈 때 그 누구 하나 기름 값을 공유하지 않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내가 왜 그랬는지 참 나도 이해가 안 간다.) 같이 지내던 룸메이트가 무례한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저 허허 웃고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했다. 내가 불편한 걸 참으면 지금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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