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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씨네 Jan 06. 2022

<고요의 바다> 이야기도 고요했던

* 본 글은 드라마 <고요의 바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한국형 SF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되는 한국 드라마들이 하나둘 공개될 때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오고 있다. 이전 작품인 <지옥>은 작품에 대한 평이 상이하게 나뉘어, 전작인 <오징어 게임>에 필적할만한 흥행을 가지고 오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도전적인 소재를 내밀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했다. 그 후 <고요의 바다>가 공개된다는 소식을 접하며 넷플릭스를 통해 만들어진 한국의 SF는 과연 어떨까 굉장히 기대감에 부풀었다. 더욱이 <승리호>와는 다른 결을 가진, SF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좋은 결과물이 나오길 바랬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부응하듯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 시점에서 본 작품은 실망할만한 콘텐츠가 아니리라 짐작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다고 하던가. 아쉽게도 <고요의 바다>는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하고 제목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정리되지 않는 이야기

선명하지 못한 전개


    <고요의 바다>는 무엇을 남겼는가? 이 지점을 되뇌어보면서도 뚜렷하게 요약, 정의 내리기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했다. 차기 시즌을 염두에 둔 엔딩을 보여주었지만, 8화라는 분량 동안 뿌려놓았던 떡밥들은 시원하게 풀어주고 떠나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함께 열심히 달려온 관객들에게 시원한 물 대신 고구마를 건네준다면, <고요의 바다>의 남은 이야기들을 함께 열심히 달려갈 관객이 얼마나 남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본 작품은 정보를 주다 말아버린 지점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관객들로 하여금 모호함으로 궁금증을 키워나가게끔 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궁금증도 해소시켜주지 않으면 피로감으로 돌아온다. 그중 하나로 등장인물들의 행동에 동기가 명쾌하지 않다. 송박사와 발해기지 데이터 스토리지에 대해서 제대로 대화하지 못했지만, 송박사가 스토리지를 찾아 돌아다닐 수 있게 시간을 만들어준 홍 닥. 그녀가 갑자기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과정이 다소 갑작스러워서 송박사와의 놀라운 협업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류태석 대위가 하나의 빌런으로서 월수를 탈취하려고 하는 이유가 명쾌하지 않다. 류대위는 RX라는 조직과 손을 잡은 듯 묘사되는데, 끝에 가서 5년 전 발해기지 폐쇄 작전에 참여했던 그의 트라우마를 조명해주며 “우린 월수를 가질 자격이 없어요”라며 울먹인다. 하지만 그가 월수를 손에 넣기 위해 죽인 동료 대원들을 생각하면 과연 합당한 이유가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한 대장 역의 공유

    가장 아쉬웠던 것은 한 대장이다. 그는 <고요의 바다>에서 가장 입체적으로 묘사되었어야 하는 인물이다. 지구에 있는 딸을 위해서 임무의 성공만을 생각하던 그가, 발해기지가 폐쇄되었던 진짜 이유와 마주하며 점차 송박사의 목표와 동일시되면서 입체적으로 변해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 변화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공유 배우의 단조로운 표정 때문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지막까지 한 대장이라는 캐릭터는 밋밋할 뿐이었다. 그래서였는지, 마지막 그의 희생은 아무런 감동도 재미도 주지 못했다. 그의 희생을 통해서 입체적인 변화의 방점을 찍으려고 한 시도로 보였지만, 오히려 그가 왜 죽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의문점만 남기게 되었을 뿐이었다. 

    모호함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이런 아쉬움들은 명확한 동기의 부재로 인해 생겨난 부산물들이다. 캐릭터의 대사 한 줄, 행동 하나에 동기를 실어주지 못한다면 결국 그 말과 행동들은 죽은 것이 되고, 단지 지금쯤 이렇게 해야 할 것 같아서 행하는 것들로 비칠 뿐이다. 



재미있는 작품의 기준

자연스러움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재밌는 영화 혹은 드라마가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자연스러움을 꼽는다. 즉, 작위적인 것들을 멀리 할 때 이야기는 짜임새 있어지고 자연스럽게 몰입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이 촬영에 들어가기 전, 영화 제작사 등이 시나리오 및 캐스팅에 대해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요의 바다>는 이러한 객관화가 다소 부족해 보였다. 

    1화에서 발해기지로 향하는 대원들을 소개하기 위해 이 드라마는 계속해서 인물들끼리 만나게 하고, 대화하게 한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일련의 타당성 있게 진행된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극 중 인물이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접촉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어서 이들을 만나게 하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와 비슷하게, 발해기지에서 대원들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모두 납득할만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기계적인 결함으로 달에 불시착하고, 기계적인 결함으로 지구와 통신이 어렵고, 기계적인 결함으로 엘리베이터가 작동이 안 되었다가 갑자기 움직인다. 이렇듯 특정 상황에서의 변수가, 설명되지 않는 갑작스러운 상황으로만 점철된다면 이 작품은 점차 사실성을 잃을 수밖에 없고 이는 몰입도의 부재로 이어진다. 적어도 그러한 결함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를 직접 화면으로 보여주거나, 연출을 해주었어야 보다 극적인 재미가 살아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고요의 바다>가 남긴 것 

처음이니까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들은 모두 각기 다른 장르와 개성으로 세계의 집중을 받고 있다. <고요의 바다> 역시 그러한 점에서 명백히 한국 SF 장르의 미래를 밝혀줄 초석이 되어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제 한국영화, 드라마 시장에서도 <승리호>나 <고요의 바다>와 같은 SF적 상상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들은 명백했다. 앞서 언급했던 모호함, 개연성의 문제와 더불어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캐릭터들까지. 처음이니까 잘했다고 박수를 쳐주기엔 뼈아픈 실수들이 있었다. 보다 과감해져야 한다. 넷플릭스라는 동아줄이 존재하는 이 시점에서, 더더욱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고요의 바다>의 실수들의 기저에는 어딘가 과감하다 말아버린 듯한, 어떠한 망설임이 느껴졌다. 새로움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어디서 보고 들은 듯한 패턴의 옷을 찾아 입은듯한, 그래서 더욱 어색해져 버린 그 아쉬움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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