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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씨네 Jan 19. 2022

<마이네임> 답습의 아쉬움

*본 글에는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이네임>을 아직 보지 못하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전망대가 아니라 이정표

드라마에게 첫 화란


    최근 영화 시장의 판도는 단연 OTT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극장에서의 수익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그들은 OTT 서비스로 향했다. 많은 시청자들을, 그리고 전세계라는 넓은 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이런 서비스를 택하게 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넷플릭스, 왓차 등의 OTT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개봉할 때의 단점도 분명히 있었으니, 그건 바로 시청자들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엉덩이를 떼지 않도록 붙잡을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내 마음대로 재생과 멈춤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관객이 집중해서 끝까지 보도록 하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드라마는 어떨까? 드라마는 본디 집에서 TV라는 매체를 통해서 방영되었던 만큼, 지금의 영화만큼 타격이 있진 않겠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보기가 가능해진 만큼 시청자를 붙잡으려는 노력은 영화만큼이나 필요해 보인다. 그렇기에 드라마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첫 화의 역할을 더더욱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마이네임>은 첫 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 작품이다.  

    조직원으로 살아온 아버지를 눈앞에서 잃은 소녀 ‘지우(한소희 분)’가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경찰에 언더커버로 잠입한다는 액션 드라마다. 그녀는 아버지가 속해있던 조직 동천파에 스스로 들어가 아버지의 복수를 다짐한다. 이에 동천파 보스 ‘최무진(박희순 분)’은 그녀를 경찰에 언더커버로 잠입시키며, 아버지를 죽인 자를 찾아내 복수하라고 명한다. 

    이 정도 전개를 보고 나면 이 <마이네임>의 끝이 어떠할지 충분히 예측 가능해진다. 이미 많은 언더커버물을 접해온 우리들에게, 아버지와 가장 친했다고 소개되는 동천파 보스, 최무진이라는 캐릭터가 분명 지우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이 있으리라는 것은 짐작 가능하다. 하지만 어디에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법! 작은 희망을 가지고 드라마를 한 화 넘겨보지만, 그 어디에도 비틀기나 의외의 변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차기호 팀장(김상호 분)이 지우의 집에 직접 찾아오는 장면을 삽입하여 그를 용의자 선상에 올리기 위한 연출을 보여주었지만, 오히려 직접적인 보여주기는 그가 범인이 아님을 가늠케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시켰다. 결국 1화에서 주행을 멈춘 시청자들에게는 안도감을, 정주행을 마친 사람에겐 아쉬움을 진하게 남겼다. 

    드라마에 있어 1화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거대하다. 이 드라마의 톤 앤 매너, 등장인물들, 세계관등을 시청자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중요한 자리다. 이 회차를 빌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앞으로 주인공에게 펼쳐질 일들을 궁금하게 만들고, 2화를 넘어 최종화까지 붙잡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마이네임>은 이러한 부분에서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도심의 풍경처럼 저 멀리 뭐가 있는지 다 보여준 셈이랄까. 



스토리 VS 액션

액션영화니까 괜찮아?


    본 드라마는 액션 드라마다. 지우가 동천파에 들어가고 열심히 갈고닦은 싸움 실력을 통해 범죄자들이나 경찰들을 쓰러뜨리는 액션을 보는 것이 <마이네임>의 큰 매력점 혹은 볼거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지우라는 여성 주인공의 액션을 내세우는 점은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솔트>나 샤를리즈 테론의 <아토믹 블론드>와 같은 작품들과 지향점을 같이한다. 전통적인 액션 영화 속에서 보조적인 역할을 해오던 여성캐릭터들이 이제 보조가 아니라 전면으로 나서 그들만의 액션을 선보일 때 느낄 수 있는 통쾌함과 멋짐,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긴박함까지. 하지만 이러한 액션영화들에게서 보이는 한 가지 문제점은 바로 '이야기'다.  

<아토믹 블론드> 포스터

    액션영화에서 보이는 스토리라인의 부실함은 고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작품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딘가 구멍 뚫린 듯한 개연성에 아쉬움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보통은 이런 아쉬운 이야기 전개를 화려한 액션으로 덮고는 한다. 본디 장르영화는 개연성을 너무 칼같이 따져가며 보다가는 그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작품을 보는 데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닐까? 

    <마이네임> 이전에 여성액션을 먼저 선보였던 <악녀> 역시 이러한 문제점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하지만 <악녀>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선보였던 액션과 촬영의 유려함을 남겼다. 그렇다면 <마이네임>은 그 서사를 덮을 만큼의 액션을 선보였는가? 한소희 배우가 작품을 위해 운동을 하며 10kg 증량을 통해 보여준 열정은 충분히 박수받을만했지만, 아쉽게도 결과물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액션 영화 속 격투씬에서 가장 중요한 '타격감'은 한 인물이 상대방을 가격하는 순간, 편집을 통해 맞는 이의 리액션을 잘 보여주어야 그 맛이 살아난다. 혹은 편집을 하지 않고 전달하고자 할 때는 그 액션의 퀄리티가 높아야 관객은 리얼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마이네임>에서 보여준 액션은 그 타격감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스토리의 부족함을 덮을 만큼의 액션을 펼치지 못했기에, 결국 스토리의 부실함이 더더욱 부각되었던 것 같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힌트 주기


    <마이네임>을 보다가 몇몇 인물들의 속마음이나 행동의 이유가 궁금해진 때가 있었다. 조직을 나가 지우와 최무진을 향해 복수를 칼을 빼 든 도강재가 그랬고, 경찰을 따돌리다가 한적한 별장에서 사랑을 나누는 윤지우와 전필도가 그러했다. 관객들이 인물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들의 행보를 뒤따라가기 위해선 그를 위한 배경을 조금씩 전달해줘야 한다. 그러나 도강재의 캐릭터는 다소 급진적인 경향을 보였다고 느꼈다. 극 초반, 지우의 합류로 막내를 벗어난 그는 지우에게 이 조직에서 성공해서 높게 올라갈 것이라는, 다소 선하면서도 욕심 있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그래서 지우를 희롱하기만 하는 조직원들 사이에서 그녀에게 힘이 되어줄 동료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조직 내부의 격투대회에서 지우에게 패한 후 지우에게 앙심을 품으며 흑화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으로서 도강재라는 캐릭터의 이런 급진적인 변화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중반부에 재등장해 상당한 무게감과 두려움을 풍겨야 하는 그의 모습에서 '중2병'스러운 모습만을 보게 되었다. 

전필도 / 도강재

    지우와 필도는 마약반 동료로 초반엔 티격 대지만 필도가 지우의 사정을 알게 된 이후로 필도는 그녀를 향한 태도를 180도 바꿔버린다. 동생을 잃었었다는 필도의 전사가 대사로 표현되긴 하지만, 이미 후반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꺼내어진 필도의 과거 배경이라는 카드는 지우와의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게 하기 위한 도구로 밖에 비춰지질 못한 것이 아쉬웠다. 


마이네임이 남긴 것 

     <마이네임>은 한소희라는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참신한 스토리의 부재와 강렬하지 못했던 액션은, <악녀>를 뛰어넘을 여성액션 서사가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에는 못 미치는 결과였다. <고요의 바다>와 같은 새로운 장르의 도전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옹호받을 수 있는 분야도 아니었다. 이젠 정말 전형성이라는 벽을 넘지 못한다면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인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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