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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씨네 Jan 05. 2022

<나의 아저씨>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본 글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쌍한 드라마 

그렇기에 더욱 따뜻한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를 내며 집으로 향하는 한 평범한 직장인 동훈. 코트에 목도리까지 여미고, 어깨엔 가방 하나를 걸치고 늘 깊은숨을 내쉬며 터덜터덜 집으로 향한다. 언제나 무표정한 얼굴로 일을 마치면 곧장 알바로 향하는 파견직 지안. 같은 외투, 같은 신발, 추워 보이는 발목양말 차림으로 늘 공허한 걸음걸이로 집으로 향한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애잔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그들을 감싸고 있는 주변 인물 하나하나도 모두들 짠함이 밀려오는 사정을 하나씩 가지고 동네를 터벅터벅 걷는다. <나의 아저씨>는 지독히도 불쌍한 드라마다. 하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따뜻한 드라마다.  


걸어본 자가 해주는 위로 

    드라마를 보면서 또각또각하는 발걸음 소리에 이토록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에 애잔함을 느껴본 적이 있었을까? <나의 아저씨>는 걷는 드라마다. 동훈을 비롯한 후계 사람들은 늘 걸어 다닌다. 퇴근하며 걷고, 술 마시러 걸어가고, 집에 가는 길에 다 같이 걸어간다. 마치 하루하루 묵묵히 살아가는 것처럼, 그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덤덤하다. 그들은 늘 농담을 주고받으며 걸어가지만 그 발걸음엔 어딘가 모를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 무게감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런 상실 가득한 드라마를 보면서 따뜻해질 수 있었을까? 

… 망가져도 괜찮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연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여배우 유라가 정희네에 모여있는 기훈네 사람들을 보며 남기는 저 대사는 어쩌면 드라마를 보고 있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닮아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실패한 자신의 모습을 용서하지 못하고, 다시 일어서지 못할 것처럼 무너져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슬픔과 고통은 온전히 자신만 느끼고 있는 것처럼 생각해버리곤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나의 아저씨>는 ‘괜찮다’라는 말 한마디를 던져준다. 동훈과 지안, 각자 삶의 환경과 나이가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삶의 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통해, 우리네의 삶이 얼마나 살아봄직한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말한다. 그렇기에 우린 위로를 얻는다. 겪어보지 않은 자가 던지는 공허한 위로가 아닌, 겪어본 혹은 겪고 있는 자가 던져주는 말 한마디는 더욱 울림이 큰 법이기에.



따뜻할 수 있었던 이유

사람과 그 사람의 말 하나


    <나의 아저씨>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던 이유로 등장인물들을 빼놓을 수 없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드라마를 보다 리얼하게 만들어주고 감동을 배로 전달해줄 수 있는 힘이 있다.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어느 악기 하나 빠지면 안 되는 것처럼,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등장인물들이 이 드라마를 더욱 깊게 빠져들고, 폭넓은 위로를 전할 수 있도록 했다. 

    박가네 삼형제의 정말 있음 직한 형제미는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 중 하나였는데,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형제들이 투닥거리는 모습이 매력포인트로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늘 정희네에 술을 마시러 오는 후계 사람들의 소소하지만 포근한 모습들까지, <나의 아저씨>가 보여주고자 했던 작지만 복작거리는 우리의 삶을 잘 대변하는 듯했다. 캐릭터들의 매력뿐만 아니라 각 인물들의 관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상실과 극복이 또 하나의 포인트로 자리매김했다. 주인공 동훈과 지안, 망한 영화감독 기훈과 연기 트라우마를 지닌 유라, 늙은 백수 상훈과 그의 전 처 애란 그리고 정희네 주인 정희와 돌연 스님이 되겠다고 떠나버렸던 겸덕까지. 등장인물들의 관계들을 통해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많은 상실을 저마다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이 그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우린 어느새 마음 한편에 작은 위로를 얻어온다. 이렇듯, 각 캐릭터들과 그 관계가 무엇하나 낭비되지 않고 상실과 극복이라는 면면을 들여다봐주었다는 점이 본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좋은 매력이 아닐까. 

      캐릭터들의 매력이 따뜻함의 초석을 마련했다면, 대사 한줄 한줄은 그 따뜻함에 온기를 불어넣어 줬다. 드라마에 있어 좋은 대사는 하나의 마법과도 같다. 대사 한 줄로 우리를 울고 웃게 할 수 있는 것이 드라마가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자 강점이 아닐까. 그럼에도 <나의 아저씨>에서 대사의 매력은 더더욱 크게 돋보인다. 사실 이 매력은 드라마를 직접 보지 않고선 쉬이 전달하기가 어렵다. 한줄 한줄 고민의 고민 끝에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듯한 그 대사들의 매력을 직접 느껴보면 좋겠다. 



나의 아저씨

편안함에 이르렀는가


    동훈이 그랬듯, 지안이 그랬듯, 후계 사람들이 그랬듯, 우리들도 그들처럼 늘 터벅터벅 걸어간다. 그 걸음걸이처럼 우리의 삶은 한걸음 한걸음 흘러간다. 그러는 동안 때로는 주저앉기도 하고, 쓰러져 울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처럼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아저씨>는 동훈의 대사처럼 '너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라며 위로의 손길을 내민다. 그리고 우린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임을 말해준다. 지안이 동훈을 만나 다시 일어났듯, 우리도 <나의 아저씨>를 통해서 한 명의 아저씨, 어른을 만나보면 어떨까? 서로를 통해서 힘없이 걸어갔던 모습에서 벗어나 미소와 용기를 되찾은 그들의 걸음걸이처럼, 우리의 걸음도 끊임없이 나아가길 바라보면서.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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