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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미 Nov 04. 2022

진로찾아 교육비에 1,000만원 쓴 후기

결국 정답은 내 집 앞마당에.

난 지금 직장생활이 너무 좋고, 꿈이라는 건 초등학생들이나 사용하는 단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글을 읽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을 위한 꿈이었을까

중학교 시절 부터 '대학-졸업-취업-결혼-출산-육아-내집마련-노후'라는 사이클은 생각만해도 숨이 막혔다. 평생 아파트 대출금 갚으면서 살아야 한다면 도대체 왜 태어난걸까?라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지루하게 살바엔 가장 예쁘다는 스물다섯에 죽으면 딱 괜찮겠다라는 생각도 해봤다. (진지하게) 

컴퓨터켜면 채팅을 하는 것보다 세상의 다양한 직업을 탐색하는 것이 더 흥미로웠다. 학교 성적보다도 내가 뭘 해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물론, 지금의 나는 내가 극혐하던 평범한 어른이 되어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아무튼 어린시절의 나는 그랬다.


그래도 내 마음에 작은 불씨는 있었다. '즐겁게 일하고 싶다'라는 마음이랄까. 그 작은 불씨 옆에는 현실이라는 폭포수가 흐르고 있었는데, 불씨가 커지려고 할 때면 무섭게 쏟아내리는 폭포수가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럴 때면 '됐어, 뭘 해. 일단 돈모으자'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랬다. 시간이 흘러 돈이 조금씩 모이고, 나이가 들어갈 수록 그 작은 불씨는 식지않고 커져갔다.


뭘 하면 좋을까?라는 고민에 이런 저런 탐구를 시작했다. 작게는 진로탐색 강의부터 크게는 수백만원의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가계부를 정리하면서 알게 됐는데 교육비로 쓴 비용이 1,000만원이나 됐다. 그만큼의 돈과 시간을 투자한 지금, 나는 과연 정답을 찾았을까?




3년 후, 세상은 어떻게 될까

2018년 겨울,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상해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내년 겨울 여행을 계획했다. 인스타그램에는 각가지 여행지들이 올라왔다. '여기 가보니까 어때?', '추천하는 곳 있어?', '이번 겨울 휴가 계획이 어떻게 돼?' 이런 질문들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2개월 쯤 지났나...? 코로나가 터졌다. 영화에서나 보던 바이러스가 온세계에 퍼졌다. 그리고 우리는 삶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을 살게된다. 이젠 마스크를 쓰는 생활이 익숙하다. 줌으로 미팅하는 것도 재택근무도 적응완료됐다. 자, 그럼 앞으로 3년 후는 어떨까? 어떤 일을 해야 확실한 행복과- 소득과-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계획, 5년 계획이 과연 의미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 변화하는 세상 가운데 뚜렷해지고 있는 것은 '개인의 주도성'이다. 이제는 더이상 회사에 내 삶을 맡기지 않는다. 당연히 조직의 권위는 과거의 위상을 잃고 있다. 사람들은 나이 마다 이뤄야하는 사회의 순리를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리고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 돌린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하고싶은가?'


송길영 박사는 우리들에게 '좋아하는 거, 하세요.'라고 말한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이 시대, 비슷비슷한 수준의 대체품이 널린 시대, 소비자들이 정보를 갖고 똑똑해지는 시대에는 한 분야에 미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진정으로 그 분야를 좋아하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어느 수준을 넘어서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안다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바다를 열망해야한다. 명문대 졸업장, 학점 4.0이 아니라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세상이 되었다.





돌고돌아 우리집 앞마당

8월부터 시작한 씨앗독서가 거의 마무리 되고 있다. 1,000만원을 쓰는 동안 혼란스러웠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


· 내가 꾸준하게 실력을 쌓을 수 있게 노력하는 힘은 결국 '열망'에서 나온다. 즉, 내가 원하는 일이어야 한계치를 뛰어넘을 만큼의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 우리는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절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 그러니 단 한가지만 선택해서 남들보다 월등하게 잘 할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야 한다.

·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작점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 가치관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하므로, 남들이 설정해줄 수 없다.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삶에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발견해야한다.

· 학교와 사회가 정해준 길이 아니라, 그 밖에서 내가 탐구하고 싶은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진짜 공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생각한 정답이란, 미래가치도 충분하고- 수익성도 좋고- 보람과 성취감도 높은- 일이었다. 그 기준에 맞는 일을 찾기위해 1,000만원이라는 돈과 그 이상의 소중한 시간을 투자한 것이다. 그건 아마도 어린 시절 고민했던 꿈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냐면 조건이 너무 많이 붙었기 때문. 그리고 나는 이 조건이 욕심을 뜻한다는 걸 깨달았다.


처음부터 '고점에서 시작해야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의식을 내려놓고 내 마음을 먼저 관찰하는 것이 시작점이다. 고민이 많은 누군가가 있다면 나를 감싸고 있는 각가지 조건을 내려놓고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의 마음을 기준으로 삼으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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