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차 때는 상사, 매니저에게 혼나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 정말로 혼나고 싶지 않았고 일을 똑바로 하고 싶었다. 하루하루 혼나지 않고 넘어가고 버티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렇게 약 6년 반을 퍼포먼스마케터로 일하며 다양한 이슈, 챌린지, 실수, 스트레스 상황을 겪어봤다.
공유되어서는 안되는 첨부 파일을 외부 업체에 실수로 보내본 적도 있고, 누군가의 실수로 우리 팀의 광고비가 하루만에 N억이 날아간 상황을 겪어본 적도 있고, 팀 간 기싸움의 선봉장이 되어 회사 내 정치를 제대로 겪어본 적도 있다. 심지어 상표권 문제로 고소장을 받고 로펌 변호사와 진술서를 써본 적도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퍼포먼스마케터로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돈을 잃는 것이다. 돈을 잃지 않기 위해 플래닝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하고, 셋팅 더블체크하고, 최적화를 한다.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도 소액으로 테스트 후 의사결정을 한다. 더 큰 돈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오너십(주인의식)을 논하는 것과 별개로, 나는 회사의 주인이 아니며, 회삿돈이 내 돈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회사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광고비를 쓰는 사람이다. 내가 퍼포먼스마케터라는 직함을 가졌다는 이유로 개발자 몇 명의 월급을 줄 수도 있는 돈,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에 투자할 수도 있는 돈, 직원들의 복지비로 쓰일 수도 있는 돈을 광고비로 대신 쓰는 것이다. 내 마우스 클릭 한번에, 누군가의 연봉에 해당하는 돈이 하루만에 광고비로 소진되기도 한다. 내가 쓰는 광고비의 기회비용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할 수 있다.
하지만 때때로 어떤 사람들에겐 이 무게가 무겁지 않은 상황을 만나게 된다. 큰 예산을 쓸 수록 이력서에 쓰기 좋으니 일단 많이 쓰라는 사람을 본 적도 있고, 무너진 성과를 보고도 별 생각 없는 사람을 본 적도 있고, 퍼포먼스 광고 테스트로 N천만원을 일단 써보자는 사람들도 봤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돈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내가 그 돈을 써야하는 상황이 오기도 한다. 내가 느끼는 이 돈의 무게가 그들에게도 같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일까. '어차피 내 돈 아니니까' 라는 생각으로 외면하고 회피하기엔 내 일의 무게는 정말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