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멤버십 탈퇴하기
"디카페인 라떼 따뜻한 거 톨사이즈요."
"네, 이동해 주세요."
늘 시키던 것이라 드라이브스루에서 나의 주문은 머뭇거림이 없다.
텀블러를 말한다는 게 깜빡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말 5초도 안 걸리는 이동 후 창문 앞에 서있는 직원에게 바로 텀블러를 건넸다.
"아, 텀블러를 말씀 안 드렸네요."
"이미 주문이 들어가서 안됩니다."
"예? 5초도 안 지났는데요?"
"네, 안됩니다."
나는 종이컵에 담긴 뜨거운 음료는 마시지 않는다.
미세플라스틱 등의 이유로.
살짝 화가 올라오는 걸 참고 말했다.
"그럼 폐기하시고, 결제는 DT로 해주세요."
"..."
그렇게 드라이브 스루에서 빠져나와 500여 미터를 주행하도록 어플의 결제 알림은 뜨지 않았다. 뭐 기본적으로는 그들이 잘못한 건 없다. 조금은 화가 나고 서운했지만, 낼 돈은 당연히 내야 한다.
아무래도 결제를 안 할 것 같아서 2번의 유턴을 거쳐 다시 스타벅스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주차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 카운터 커피머신 옆에 섰다.
"뭐래?"
"몰라, 안 먹는데"
직원들은 마침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결제가 안되어서 다시 왔습니다."
"결제 안 하셔도 돼요."
"이미 주문 들어가서 안된다면서요."
"아니에요. 그냥 가시면 돼요."
"아니오. 됐습니다. 어서 결제해 주세요."
"그럼 새로 만들어드릴까요?"
"아니오. 결제해 주세요. 낼 건 내야죠."
"..."
"새로 만들어드릴게요."
"아뇨, 안 받겠습니다."
나는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차분하게 말했다.
"새로 해드ㄹ..."
직원들은 서로 눈을 바라보며 이 낯선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내가 안 괜찮다.
나는 내 것이 아닌 건 받지 않는다.
잠시 후 결제가 처리되었다.
그리고 나는 오래 유지해 왔던 스타벅스 멤버십을 탈퇴했다.
오랜 연인이 헤어지는 데 있어 그 마지막 다툼은 그냥 트리거일 뿐이다. 근본 원인은 그동안 쌓였던 것들이다.
그렇잖아도 혼자서 동그란 테이블 두 개를 붙여 4자리를 차지하는 1인 카공족들이 점령한 스타벅스에 진저리가 난 지 오래되었다. 자리는 남아도는데 앉을 곳이 없다.(?) 그래서 기껏 갔지만 발길을 돌린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동안 멤버십 때문에 얽매였던(?) 것 같았다.
그렇지. 매번 충전 금액이 남아 있으니 나도 모르게 갔지. 열심히 에코별 모아서 무료 음료쿠폰 받으려고 ㅎㅎㅎ
스벅의 다소 비싼 음료값을 감안하면 받는 에코별도 어쩌면 내 돈으로 받는 거나 다름없는 것 같기도 하다. 비싸게 부르고 뒤로 할인해 주는 식으로.
차라리 잘됐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 덕분에 여기저기 디카페인 라떼 맛집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게다가 가격도 스벅보다 저렴하다.
나는 이제 미용실도 안 가고, 주유소도 안 가고, 스벅도 안 간다. ㅋㅋ
https://brunch.co.kr/@jaemist/647
https://brunch.co.kr/@jaemist/643